내가 학급담임을 할 때의 일이다. 학생들의 숙제를 마저 검사하고 퇴근한다는것이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줄도 모르고 수정에 정신을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내 책상앞에 음료와 빵을 살며시 갖다놓는 여린 손길이 있었다. 내가 어망결에 고개를 들고보니 항상 조용한 성격인 미나가 내앞에 쑥스러운듯이 서서 어색한 웃음을 띄우고있었다. 나는 그 애와 음식을 번갈아보고는 너나 먹으렴… 하고 말하려다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애에게 《고마워...》라고 말하였다. 그 애는 내 말을 듣더니 방긋 웃고는 교실밖으로 뛰여나갔다.
그 애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빵과 음료를 바라보며 나는 저도 몰래 깊은 상념에 빠졌다. 받는다는것이 행복한 일이라는것은 알고있었지만 빵과 음료를 주던 그 애가 간절한 눈길로 은근히 바라보던 모습을 생각하니 준다는것 역시 행복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였다. 열살을 갓 넘긴 소녀가 다 아는 도리를 오십고개를 바라보는 내가 왜 여직껏 몰랐을가?
이렇게 자신에게 묻고나니 부끄럽기 그지 없었다.
받는 사랑과 주는 행복의 차이는 얼마만큼이나 될가? 여직껏 받는것에 습관이 된 나기에 나는 어쩌면 주는것에 린색한 사람이였는지도 모른다. 하기에 주는것의 깊이와 행복을 미처 알지 못하였는지도 모른다.
30여년의 교원생애에서 나는 애들에게 얼마만큼의 사랑을 주었던가? 믿음과 사랑에 린색하지는 않았던가?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주었던가? 아마 내가 준 사랑보다는 내가 받은 사랑이 훨씬 더 크고 많았던것 같다.
내가 준 관심과 사랑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랑이기보다는 책임감이나 도덕적인 의무감에 의한 마음이 우선이였던것 같다. 허니 어찌 주는 기쁨을 진정으로 알수가 있었겠는가?
받는 사랑도 당시엔 미처 그 깊은 뜻을 알지 못하였던것 같다. 응당한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눈을 뜨고있었지만 볼수가 없었고 생각은 있었지만 진정 가슴깊이 느낄수가 없었던것 같다. 허나 수시로 내 령혼을 깨워주고 내 마음을 정화할수 있도록 다독여준 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내 생활에 권태와 불만들을 느끼면서도 여직껏 살아온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돌아보니 나는 내 제자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많은것을 받았던것 같다. 내가 아플 때에도 그 애들의 정다운 부름이 나를 병마와 싸워 이기도록 하였으며 내가 좌절속에서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려 할 때에도 용기를 내여 일어서도록 한것도 그 애들이며 그늘진 얼굴에 밝은 미소를 찾아준것도 그애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것 같다. 하기에 많은 친구들이 교단을 버리고 돈벌러 떠날 때에도, 좋은 직장으로 옮길수 있음에도 망설이다 주저앉은것도 아마 마음 한구석에 그애들에게서 받은 사랑이 자리잡고있었기에 떠날수 없었던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 늦은 깨달음이 아닌지는 몰라도 지금부터라도 받은것을 돌려주고 가리라. 나는 주위의 많은분들로부터 나이보다 젊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마 내 몸에서 느껴지는 젊음도 애들의 맑고 순수한 마음이 나에게 감염된것은 아닐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면서 내 마음 저 밑바닥에 아직도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따뜻함, 여린 마음을 간직할수 있도록 행동으로 가르쳐준 애들과 행동으로 사랑을 가르쳐준 주위의 많은 분들한테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껏 받은 사랑을 전부 돌려줄수는 없겠지만 오늘부터는 마음 한자락을 비워두고 받은 사랑을 한올한올 풀어내는 연습을 해야 할것 같다. 하여 슬퍼하는이들에게는 기쁨을, 번뇌에 모대기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고민을 들어주고 병으로 고초를 겪는 사람에게 아픔을 나눌줄 알며 손을 내밀어 잡아줄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되리라. 하여 받은 사랑보다는 주는 행복을 아는 인간냄새가 나는 인간으로 살아가리라. 하여 먼 후날 락조를 바라보며 후회보다는 찬란히 웃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리라.
오늘 때를 놓친 나에게 빵 한쪼각을 내미는 그 애를 보면서 주는 사랑이란 대방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가짐이 우선시되여야 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받는 사랑과 주는 행복이 공감대를 이룰 때 아름다운 화음을 이룰수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그러면서 오늘부터라도 주어진 삶에 감사할줄 알고 주는것에 린색하지 않으며 받은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주는 행복을 배워가면서 평범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리라.
/김채옥(룡정시북안소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