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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적반하장…‘댓글 공작’ 제보한 직원 파면

[기타] | 발행시간: 2013.02.20일 20:05
“불법 정치관여 범죄자”라며 전·현직 직원 검찰고발

여론조작 ‘대선개입 의혹’ 직원은 감찰커녕 감싸기

국가정보원이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활동을 외부에 알린 전현직 국정원 직원을 직무상 비밀 누설 및 정치 개입 등의 이유로 파면·고발했다. 김씨가 대선 때 벌인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며 비호해온 국정원이 공익을 위해 이를 외부에 제보한 직원을 징계한 것은 ‘적반하장’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국정원은 보도자료를 내어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가정보기관(국정원 심리전단)의 조직과 인원 등을 (언론 등에) 누설하고, 정상 대북업무 내용을 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흑색선전 등으로 왜곡하여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국정원법 및 국정원직원법 위반)로 전 국정원 직원 ㄱ씨와 현직 ㄴ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ㄴ씨를 파면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약 2주 전에 ㄴ씨를 파면했고, 지난주 ㄱ씨와 ㄴ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대변인은 “전직 직원 ㄱ씨가 주도하고 현직 직원 ㄴ씨가 적극 공모해 대선 정국을 뒤흔들기 위해 추악한 범죄를 벌였다. ㄴ씨는 내부고발자가 아닌 불법 정치관여 범죄자다”라고 언론에 밝혔다. 또 “ㄴ씨에게 김씨의 연락처 등을 알려준 직원도 징계했으나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모르고 전달했기 때문에 파면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각종 누리집에서 대선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 김씨에 대해선 감찰조차 하지 않았다. 국정원 대변인은 “국가정보기관의 당연한 업무 수행을 한 직원을 왜 감찰하느냐. 진짜 정치 개입한 사람을 감찰한 것일 뿐”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김씨가 소속된 심리전단 조직을 통해 대선 여론조작을 벌이며 국정원법의 정치관여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국정원이 오히려 이를 외부에 알린 전현직 직원들을 정치 개입 혐의로 파면·고발한 것은 의혹 확산을 막으려고 사태를 또 한번 왜곡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사건의 실체를 밝힐 국정조사 또는 특별검사 임명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다 경찰대 교수직을 그만둔 표창원 범죄학 박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다. 제 잘못을 감추려고 제보자 색출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치졸한 행동이다. 오히려 대선에 개입한 원세훈 국정원장부터 직무에서 물러나고 수사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어 “국정원이 정권안보를 위해 국내 여론을 조작한 것은 물론, 국정원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직원을 비호하고 내부 공익제보자들을 파면한 것은 스스로 정권의 하수인이었음을 드러내는 처사”라고 밝혔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라며 국정원을 비판했고,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축소에만 급급한 경찰에 조사를 맡길 게 아니라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정환봉 최유빈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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