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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야채로 만든 '만병통치약' 먹었더니…80대男의 대형사기극

[기타] | 발행시간: 2013.03.21일 15:55
광주광역시 남구 노대동에서 피부관리실을 운영하고 있는 A(여·51)씨는 지난달 초 한 단골손님으로부터 말기 폐암 환자도 순식간에 치료한다는 '만병통치약'에 대해 듣게 됐다.

단골손님은 A씨에게 "신장이 안 좋은 나도 그 약을 먹고 다 나았다"며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을 안다고 귀뜸했다.

그 말을 들은 A씨는 아토피와 천식으로 고생하는 대학생 딸들이 떠올랐다. 양약보다는 민간요법이 아토피·천식 치료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도 들어본 듯 했다.

결국 A씨는 지인 2명과 함께 같은 달 19일, 손님들이 '효소박사', '효소명인'이라고 부르던 '만병통치약' 제조자 임모(81)씨를 찾아갔다.

임씨는 "아토피와 천식은 병도 아니다"라며 "한 달만 먹으면 금세 낫는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 말에 A씨는 곧바로 효소로 만들었다는 환약 25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고혈압과 갱년기에도 좋다"는 임씨의 말에 자신이 복용할 환약도 함께 샀다. 지인들도 구매에 동참했다.

하지만 받아든 환약에는 곰팡이가 끼어 있었다. 얼굴을 찌푸리는 A씨에게 임씨는 "미생물을 배양시킨 효소기 때문에 일반 한약재와 달리 곰팡이가 있다"며 "이 때문에 일반 한약재보다 효능이 1000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A씨는 다시 마음이 놓였다.

'만병통치약'을 들고 피부관리실로 돌아 온 A씨는 호기심을 못 참고 곧바로 1알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금세라도 몸이 좋아질 것 같은 기대는 곧 악몽으로 변했다.

갑자기 치미는 구역질에 화장실로 뛰어간 A씨는 구토와 설사를 반복해야 했다. 이어 탈수 증세까지 보였다. 화가 나 임씨에게 항의전화를 했지만 "그것은 병이 낫기 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명현(瞑眩)현상이니 병원에 절대 가지 말고 약을 더 많이 복용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말은 믿은 A씨는 다음날 오전 0시15분쯤까지 자신의 피부관리실에서 끙끙다가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A씨와 함께 약을 구입해 복용한 다른 2명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A씨는 임씨에게 부작용을 호소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임씨는 "특허까지 받은 약이기 때문에 그럴 일 없다"며 "한 번도 부작용이 없었는데 괜한 트집을 잡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오히려 협박을 했다.

그러나 A씨는 이후에도 계속 혈변을 누면서 심한 복통에 시달렸고, 결국 지난 10일 임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급습한 광주 서구 유덕동 임씨의 집 마당에는, 갈색 빛깔 물이 들어찬 대형 플라스틱 통 10개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호박·수세미·버섯 등 온갖 야채가 물에 잠긴 채 갈색 빛깔을 띤 채 썩어가고 있었다. 이 '재료'들과 이미 만들어 놓은 '만병통치약' 등은 5톤 트럭 2대 분량에 달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증거물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각종 썩은 야채가 담긴 물과 한약재를 섞어 만든 환약과 물약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판매한 혐의로 임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2010년부터 4월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아무런 효능이 없는 이 불량식품을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전국 1600여명의 피해자들에게 한 통(500g)당 4만원에 판매, 약 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말기 폐암 환자도 10여명 있었다.

경찰은 임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A씨는 "딸들이 이 약을 먹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조선닷컴]21일 광주 서부경찰서 압수물창고 앞 마당에서 경찰관계자가 임씨에게서 압수한 증거물들을 보여주고 있다./뉴스1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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