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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의 훼절을 슬퍼한다/최국철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09.08.14일 12:53
최국철(연변일보 문화부장)

족보는 사회의 문명발전에 유익한 민간문화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삶의 지침서이기도 해

분서갱유가 중국 진나라의 시황제가 학술, 사상의 통일방안의 일환으로 강행했다면 현대판 '분서갱유'는 문화대혁명시기에 무지막지하게 강행되었다. 이 시기 민간에 대량으로 소장되어 귀중한 유산으로 남았던 수많은 서적들과 민간문화가 훼절되었는데 그중에는 가족의 계통과 혈통 관계를 적어 기록한 가치 있는 족보도 훼절품목에 오른다.

6년전 필자는 '가보(족보)'라고 제목한 중편소설을 쓰면서 일년 동안 족보를 뒤적거렸는지라 족보에 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편이다. 보첩, 세보, 세계…등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려진 족보는 나라의 사승과 같은 것으로 친인척의 종적, 횡적 관계를 규정하고 족보에 함자를 올리는 후손들에게 종족을 알려주고 종족번창을 주문하는 문서이다. 하지만 지금 보면 존비, 항렬, 적서의 구별을 명백히 하고 인간 격차를 두었다는 한 조목에서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다.

족보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우리 민족에게는 계층이 분화됨에 따라 문벌과 가풍을 존중하는 사상이 높아진 육조시대에 이르러 족보의 작성 및 보학이 발달했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족보에도 갈래가 복잡한데 일반적으로 족보는 이른바 종보에 해당하는 것이며 여기에서 분파된 가정계통에 대해서는 지보, 파보라도 했다. 하지만 다 족보에 해당한다.

족보의 기록내용은 족보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권두에 족보 일반의 의의와 그 일족의 근원과 내력 등을 기록한 서문이 있다. 이 글은 대개 일족 가운데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 기록하는 것이 상례이다. 다음에는 시조나 중시조의 사전을 기록한 문장이 들어가고 다음에는 시조의 분묘도와 시조 발상지에 해당하는 향리지도 등을 나타낸 도표가 들어가며 그 밑에 범례가 있다. 끝으로 족보의 중심이 되는 계보표가 기재된다. 이것은 우선 시조에서 시작하여 세대순으로 종계를 이루며 같은 항렬은 횡으로 배열하여 동일세대임을 표시한다. 기재된 사람은 한 사람마다 그 이름, 호, 시호, 생년월일, 관직, 봉호, 훈업, 덕행, 충효, 문장, 저술 등을 기록한다.

필자의 본관은 진산으로서 문화대혁명의 세례속에서도 살아남은 족보가 있는데 현재 진산최씨문중의 한 어른이 정히 보관하고 있다. 진산최씨는 조선족의 성과 본에서도 그 등재가 누락된 희본인데 족보를 들추어보니 그 시조를 최치원으로 두고 있었다. 그런데 경주최씨 또한 시조가 최치원이라 했으니 종계가 얼마나 복잡한가. 필자가 일년쯤 보관하고 보아왔던 족보는 흐르르한 고려종이에 붓으로 기록한 것인데 붓글씨가 어찌나 정교한지 인쇄체 버금갔다. 오랫동안 농짝에 보관하다보니 좀이 먹어서 군데군데 구멍이 났다. 도합 6권이였는데 문중의 어른이 나를 믿지 못해 나한테서 도로 가져가 버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종족관념이 점점 희미해 간다. 간혹 종친회라는 친목조직을 볼 수 있는데 이 종친회는 족보를 뿌리로 둔 성과 본관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말하자면 혈연으로 뭉친 모임이라는 말이다. 본관은 흔히 본이라고 하는데 현대 젊은이들에게 본이 무엇이요 물으면 십중팔구는 본을 모른다고 대답한다. 관향, 본적, 관적, 선향으로도 불려진 본은 대개 혈연 지연에 매여 살던 그 시절 부계로 연결되고 그 조상의 거주지를 나타낸 것이다. 고려 초기에 지배층과 일반에게 성이 보급되면서 차츰 본관제도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우리들은 아래위가 없고 버릇이 없는 사람을 일컬어서 "본을 모르고 자랐소"라는 말로 표현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본이 바로 본관을 이르는 말이다. 종족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사랑을 가르친 족보는 분명 사회의 문명발전에 유익한 민간문화였고 인간의 가장 기초적인 삶의 개념을 탑재하게 만드는 삶의 지침서이다. 그래서 족보의 훼절을 슬퍼하는 것이다.

2009/03/19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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