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날,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 과도한 복장규정 논란… “업무 연관성 없는 성 차별”
“치마는 무릎 중앙선에 맞추어야 하고 유니폼을 입고서는 안경을 쓸 수 없다. 일명 ‘쪽진 머리’의 경우 머리 고정 위치는 본인 귀 중앙선에 맞추어야 하며 머리에 실핀은 두 개만 허용한다. 귀걸이는 가로, 세로 1.5cm 이내로 플라스틱과 주석 재질도 안 되고 두 가지 이상의 색이 섞여도 안 된다. 매니큐어는 손톱이 짧아도 무조건 발라야 한다.”
군부독재 유신시절 중고등학생들에게 적용되던 복장 규정이 아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승무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규정이다.
여성의 날인 8일,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무연관성이 낮은 과도한 외모규정을 폐기하고 여성 승무원에 대한 차별적 관행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여성위원회는 “이러한 엄격한 규제는 개인의 취향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적인 처사”라며 “결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신체 부위를 상품화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여성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법과 제도적 대응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과도한 용모·복장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아시아나항공 홍보 모델로 나선 승무원. ⓒ아시아나항공.
민주노총 여성부 송은정 부장은 “이착륙할 때 승무원의 안전자세는 양 다리를 살짝 벌리고 진행 방향에 따라 의자 또는 다리를 잡아야 하고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를 이동하거나 눕혀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면서 “안전업무를 위해서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짧은 치마유니폼만을 강제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업무적 특성과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송 부장은 “일각에서 승무원이라는 전문 직업이 예쁜 여성들이 젊은 시절 한동안 일하다가 나가는 곳으로 치부당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외모 위주의 노무 관리와, 전문성보다는 인형 같은 복제품으로서의 이미지만을 강제해 온 것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공개한 용모·복장 규정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 반드시 지켜야 되는 것은 아니고 안 지킨다고 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모두가 이 규정을 따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승무원들이 깔끔하고 단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라면서 “유니폼을 입는 것 자체가 통일성을 주고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한 일환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