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희귀 근육질환도 앓아..CJ그룹 "사생활로 쉬쉬 했지만 상태 심각해 공개해"]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지난달말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던 당시와 지난 2일 검찰에 구속되던 당시 걸어다닐 때 심하게 다리를 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는 이 회장의 가족력으로 불리는 근육병 때문이다. CJ그룹은 4일 이 회장이 말기 신부전증과 사르코-마리-투스라는 희귀 근육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고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2일 검찰 구속 당시 이 회장의 모습)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말기 신부전증과 사르코-마리-투스(CMT)라는 희귀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부전증은 신장이식이 시급한 실정으로 더 이상 미룰 경우 수술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주치의의 소견이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되자마자 와병설을 이유로 구속 수사를 피하려한다는 일부 비판이 제기되자 8일 이 회장의 병력을 이례적으로 자세하게 공개했다.
◇신부전증 말기, 고혈압으로 '신장이식'이 유일한 대안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8년 발병한 신부전증이 현재 말기 단계로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CJ는 "만성 신부전증은 증상에 따라 1∼5단계로 악화되는데 이 회장은 현재 5단계"라며 "혈액 투석이나 복막 투석 같은 다른 방법은 이 회장이 고혈압 환자여서 여의치 않기 때문에 신장이식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치료방법"이라고 밝혔다.
CJ는 "이 회장의 신부전증은 현재 가장 위중한 5단계로 요독증이 진행되고 있어 적절한 치료나 신장이식을 받지 못할 경우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실제로 지난해 8월부터 신장이식을 위해 가족들을 대상으로 신장공여자를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절차를 밟아왔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CJ는 "가족들을 상대로 신장공여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아들 선호 군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과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회장이 아들 선호군도 유전적으로 신부전증을 앓을 수 있어 이식을 미뤄왔다"고 덧붙였다.
CJ는 "그러나 지난 5월 이 회장의 주치의가 '더 이상 (신장이식을) 미룰 경우 건강 악화로 수술마저 못할 수 있다'며 수술을 권유했다"며 "하지만 수술 날짜를 조율하던 중 검찰 수사가 시작돼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재 약물치료 및 식이요법으로 버티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르코 마리 투스병, 손발 쪼그라드는 희귀병도 앓아
이 회장이 앓고 있는 또 다른 희귀질환 샤르코-마리-투스(CMT)병도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은 신경 근육계 질환으로 손과 발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돼 힘이 없어져 결국 정상적인 보행이 힘들어지는 '유전질환'이다. 실제 이 회장은 검찰 소환에 응해 검찰에 출두하던 당시 심하게 다리를 저는 장면이 목격됐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CMT병 때문에 병역 면제를 받았는데 50세 이후 급격히 다리와 손가락에 증상이 진행돼 현재 특수 신발 등 보조기구를 통해 보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혈압과 뇌경색도 이 회장을 따라다니는 병이다. 이 회장은 1994년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후 1997년 9월 뇌경색이 발생해 뇌졸중까지 겹쳤다. 이 회장은 고혈압과 뇌졸중 증상으로 현재 약물 등 고혈압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병세 중 이 회장은 무엇보다 신장이식이 시급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이 회장의 건강 문제를 지금까지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것은 그룹 최고 경영자의 건강 문제가 알려질 경우 기업 경영이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재 이 회장의 건강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다 이를 둘러싼 진위 여부 논란까지 생겨 이를 알리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