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사고는 관계당국의 무관심 속에 짝퉁 '해병대 캠프'가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벌어진 결과였다.
관계당국의 관리 소홀과 책임 떠넘기기 속에 업체들의 무사안일한 캠프 운영이 빚은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19일 사설 캠프 운영업체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를 운영하는 업체는 30여곳이다. 그 나마 각 지자체에 등록한 업체들 수가 이 정도지 실제 방학기간 동안 각 지역에서 운영하는 무허가 업체들까지 더하면 그 수는 파악조차 힘들다.
이들 업체는 2~3곳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다. 학교나 단체를 상대로 참가자를 모집해 참가비를 받으면 겨우 강사를 모집하고 장비를 빌려와 행사를 치르는 수준이다.
18일 오후 충남 태안에서 사설 해병대 캠프 행사 중 발생한 사고 관련 업체 역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이나 수련활동 등 단체 행사를 진행하는 여행사다. 해병대 출신 임시 강사들을 고용하고 장비를 빌려 캠프를 운영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해당 업체는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을 위한 안전대책이나 충분한 구조·구급 장비 등도 갖추지 않은 채 행사를 진행했다. 해당 업체는 일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려 2만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운영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매년 안전사고 우려 속에 수 많은 학생들이 캠프에 참가해 왔지만 관계당국은 사실상 이렇다할 관리감독이나 안전대책 강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캠프'의 성격을 규정할 관련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최소한의 안전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아 업체들의 난립을 부축였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캠프 관련 한 사단법인 관계자는 "여행사를 운영하려면 지자체와 공제조합에 등록해 사고와 민원에 대처해야 하고 학원은 각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는다"면서 "하지만 캠프는 여행도 아니고 교육도 아니어서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캠프 자체의 개념이 모호하다 보니 정부부처 가운데 여성가족부, 교육부, 문체부 등에서도 서로 떠넘기기 식으로 손을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후죽순 생겨난 사설 해병대 캠프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해병대사령부 조차도 그 동안 업체들을 상대로 '해병대 캠프'라는 명칭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협조를 구하는 것이 전부였다.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이번에 사고가 터지자 뒤늦게 해병대 용어에 대한 상표등록을 추진해 무분별한 '해병대 캠프' 명칭 사용을 막겠다고 나섰다.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는 "해병대가 군의 공식적인 명칭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한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선 '해병대 캠프'라는 용어의 상표등록 등 다른 법적 제재수단이 있는지 법률적 검토를 거친 후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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