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키린 베이징 매장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애플 아이패드, 고속철도, 프라다 핸드백 등 못 만들어내는 게 없는 중국이지만 유독 토종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부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토종 명품 브랜드가 턱없이 부족한 원인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재료)공급망 부재, 숙련된 장인의 부재, 중국인의 인내력 부족 등을 꼽았다.
중국에서는 조각상 및 핸드백 브랜드 X+Q, 쥬얼리 브랜드 키린(麒麟·Qeelin), 의류 브랜드 익셉션(例外·EXCEPTION) 등이 토종 명품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지만 모두 초기 단계에 있다.
조각상 및 핸드백 브랜드 X+Q의 경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홍콩 백화점 레인크로포드에 입점해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기까지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다.
X+Q를 만든 아티스트 샹징(向京)과 취광츠(瞿广慈)는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었는데 제품 균열로 인해 200여개 제품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며 "고급 재료를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남품기일이 서너달 늦춰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중국에서는 오랜 기간 한 가지 일에 정성을 쏟아 숙련되고 전문적 기술을 갖춘 장인도 찾기 힘든데, 특히 시계, 보석처럼 두 가지 아이템이 접목된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장인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디자이너 데니스 찬과 함께 쥬얼리 브랜드 키린을 만든 기욤 브로샤르는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 장인을 찾기 어려워 중국적 영감을 바탕으로 프랑스에서 제품을 만들었다"며 "중국인들은 이익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일은 꺼려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천성적으로 한 가지 일을 오래하지 못하는 것도 토종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한 컨설팅업체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 고용시장에서 직장인의 연간 평균 이직률은 19%를 기록해 명품 장인이 많은 독일 5%의 4배 수준이다.
마이클 구사츠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CEIBS) 교수는 "중국인들은 3년 안에 브랜드를 성공시키길 원하지만 보통 명품 브랜드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15~3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 중국 브랜드를 사랑해 줄 중국인 부자들이 많다는 점은 무시하지 못할 장점이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은 자국산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선호도 또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