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S. 2011년 10월4일 발표, 국내 출시는 11월11일.
뉴 아이패드 2012년 3월 7일 발표, 국내 출시는 4월?
애플이 최근 신제품을 공개할 때 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시기가 매번 한 달 가량 늦춰지고 있어 '담달폰', '담달패드'라는 별명 아닌 별명이 붙었다. 초기 스마트기기가 발표됐을 때 국내 출시까지 6개월 이상 걸리던 것에 비하면 상당 기간 단축된 것이지만, 여전히 애플이 신제품 발표장서 1, 2차 출시국을 공개할 때 한국은 없었다. 뉴 아이패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애플 관계자는 12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가 출시국가를 선정하는 특정한 기준은 없다. 제품 공개에 앞서 출시 준비가 완료된 순서대로 정하다 보니 1, 2차로 나눠지게 된 것일 뿐, 얼마나 빨리 출시되는가는 현지 통신당국 사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전파인증이 발목을 잡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파인증은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무선기기를 시판하기 전에 안전성, 품질 등에 대해 정부의 인증을 받는 제도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전파연구원이 지정한 민간 시험기관에서 전자파, 인체유해 등을 검사한 뒤 결과를 전파연구원에 넘겨 최종 전파인증 여부가 결정된다.
통상 시험기관에서 검사하는 기간은 25일, 전파연구원에서 인증하는 기간은 5일 정도가 걸린다. 이에 우리나라가 애플 제품을 까다롭게 검사한다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하지만 시험기관 D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유럽 표준으로 시험하기 때문에 특별히 절차가 더 복잡하거나 길어지지 않는다. 되레 미국 시험 통과가 더 어려운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파연구원 관계자도 "우리에게 인증 접수가 들어오면 대부분 5일 이내에 처리되기 때문에, 애플이 국내 시판을 서두를 계획만 있다면 인증 접수 시기를 제품 공개 전으로 앞당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애플이 전파연구원에 인증 접수한 날짜를 보면 제품 공개 후 한 달 정도 걸렸다. 2010년 6월 8일 공개된 아이폰4는 7월 29일 접수됐고, 2011년 3월 2일 선보인 아이패드2는 3월 28일, 2011년 10월 4일 발표된 아이폰4S는 10월 25일 각각 인증이 신청됐다. 모든 인증 처리는 5일내 이뤄졌다.
< 사진설명 > 필 실러 애플 마케팅담당 부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뉴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1, 2차 출시국 명단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국은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폰4, 4S, 아이패드2 등이 발표된 뒤 미국과 유럽에서 1주일내 출시에 들어가는 점과 비교해서는 애플이 국내에서는 의도적으로 늑장을 부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출시 일자를 극비리에 조정하는 애플 입장에서 최대 경쟁자 삼성전자를 의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파연구원은 홈페이지에다 모든 기기의 전파인증 결과를 공개하고 있어 애플 제품이 전파인증을 받으면 경쟁사에서 곧 국내 출시 시기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홈그라운드'인 한국을 출시국 후순위에 배치하는 결정적 배경인 셈이다.
전파연구원 관계자는 "애플 뿐만 아니라 삼성, LG 등 대기업 제조사들 모두 규정 상 전파인증을 받으면서도 출시 시기가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