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칼튼 등 5곳에 클리닉 11개… '메디텔' 외국인에 인기
"진료 후 관광 가능하고 호텔 내 시설이라 믿을 만" 의료 관광객 매년 30% 증가
주변에 큰 병원 있는 호텔도 1년 만에 외국 손님 4배 늘어
"전머양(怎麽樣·어떠세요)?", "아프지는 않다고 하네요."
8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 지하 클리닉 '포썸프레스티지' 진료실. 피부과 고종현 원장이 레이저 기계로 '탁탁' 빛을 쏘며 중국인 마차오(馬超·25)씨의 얼굴 잡티를 없애기 시작했다. 마씨 바로 옆에서는 중국인 담당 코디네이터 명진아(29)씨가 대화를 통역하느라 바쁘게 고개를 돌렸다. 마씨는 "1월 춘제(春節·중국 설) 때 1주일 동안 이 호텔에 묵으며 관광을 했고, 그때 클리닉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피부 치료만 받으러 다시 왔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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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한류(韓流)에 뜨는 '메디텔'
한국에 각종 의료 서비스를 받으러 오는 외국인이 늘면서 최근 '고급 호텔'과 '병원(메디컬)'을 합친 '메디텔'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뜨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국내에서 치료를 받은 외국인은 8만1789명으로, 2009년 6만201명보다 36% 증가했다. 2011년에도 30% 이상 증가, 11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남보건소에 따르면, 리츠칼튼을 비롯,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임페리얼팰리스,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 롯데호텔월드 등 강남 일대 5개 호텔에 병원 11곳이 들어와 있다. 진료 과목은 주로 성형외과나 피부과, 또는 치과 등이다. 도심에도 신라·플라자호텔, 마포 롯데시티호텔에 전문 의원이 입점했다.
이처럼 '메디텔'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편하게 호텔에서 쉬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성형외과를 찾은 환자 등이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병원과 숙소를 오갈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외국인뿐 아니라 사생활을 중시하는 국내 저명인사나, 휴가 기간 중 휴식과 치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직장인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진다. 또 외국인에게는 ▲치료가 끝나고 서울 도심에서 쇼핑 등 관광하기 편하고 ▲고급 호텔에 있는 시설이라 의료수준도 믿을 만할 것이라는 기대 등이 유인(誘因)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츠칼튼 '포썸프레스티지'는 작년 11월 개원했는데 당시 10% 정도였던 외국인 환자 비율은 올 1월 30~40건에 달해 전체 50% 수준까지 올랐다. 마씨는 지난 1월 약혼녀와 함께 건강검진·피부 레이저 치료·스파 등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에 1000만원을 썼고, 이번에는 피부 치료에만 200만원을 더 쏟아부었다. 마씨는 "고향 산둥(山東)에서 한국까지 비행기로 1시간"이라며 "값은 비싸지만, 지난번 피부 치료를 받고 효과가 좋아 다시 찾았다"고 했다. 올 1월 춘제 연휴 기간 중 이 클리닉을 다녀간 중국 관광객 20여명이 1인당 500만~1500만원을 쓰고 갔다고 클리닉 측은 전했다.
◇병원 옆 호텔도 덩달아 인기
외국인들이 의료 관광을 위해 주로 찾는 곳은 아무래도 특급 호텔이 많은 서울이다. 외국인 환자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입국 외국인 환자 61.7%(5만490명)가 서울 소재 의료기관을 찾았다.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퍼지는 '메디텔' 말고도, 호텔 자체에 의료 시설은 없지만 큰 병원이 주변에 있는 호텔도 외국인 의료 관광객이나 병원 치료를 받으며 휴식을 하려는 국내 고객이 차츰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팔래스호텔은 바로 길 건너 서울성모병원을 찾는 외국인 투숙객으로 붐비고 있다. 팔래스호텔 마케팅팀은 "병원이나 의료 관광 전문 여행사를 통해서 들어오는 외국 손님 예약이 작년 초 월 3~4건에서 올해는 15건가량까지 늘었다"고 했다. 서명옥 강남구 보건소장은 "외국인들은 '메디텔'을 통해 다양한 진료 과목을 원스톱으로 서비스 받으며 만족해한다"며 "'메디텔'이 늘어나면 이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