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어난 아이 10%가 셋째… 제주·전라 등 매우 높아]
양육비 부담 적은 농촌 "多産"
- 제주 신생아 20% '셋째 아기', 저출산 현상 점점 탈피하는 듯
비용 부담 큰 대도시 "한 명만…"
- 고소득·고학력자들 많지만 둘 낳기 주저… 晩婚도 원인
제주시 이도1동은 1만1300여가구 중 3자녀 이상인 가구가 1100가구이다. 아이가 셋 이상인 가정이 10가구 중 한 가구꼴이다. 이처럼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3자녀 가정이 흔하다. 주된 출산연령층인 30대 여성만 따지면 3자녀 이상을 가진 경우가 6명 중 한 명꼴(16.6%)이다. 서울의 5.7%에 비하면 거의 3배 수준이다.
자녀를 셋 이상 두는 가정이 도시보다는 농촌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도시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농촌은 점차 저출산 현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일수록 자녀를 많이 둘 것이라는 통념과도 다른 현상이다.
↑ [조선일보]사진=김영근 기자
12일 통계청 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 100명 중 11명이 셋째 이상 자녀인 것으로 조사됐다. 셋째 이상인 아이는 전년(4만9932명)보다 1700명(3.3%) 가까이 늘어난 5만1600명으로 집계됐다. 셋째 이상 출생아가 5만명을 넘은 것은 2001년 이후 10년 만이다. 신생아 중 셋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은 것도 2009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다.
◇농촌서 셋째 아이 다시 늘어나
2010년의 경우, 시도별로 보면 셋째아 비중은 제주도가 20.4%로 가장 많았다. 신생아 5명 중 한 명꼴로 셋째아 이상이다. 이어 전남(17%), 전북(16.4%), 충북(14%), 충남(13.6%) 순이었다. 반면 서울은 8.2%로 가장 낮았다. 김태헌 교원대교수는 "농촌에서 다자녀 가정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은 주거비용이나 양육비 부담이 도시에 비해 덜한 것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강남·서초·송파구는 소득이 높은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셋째아 비중이 6%대에 불과했다. 이삼식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도시는 고소득·고학력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양육비 부담을 더 많이 느껴 아이를 셋 이상 낳기를 주저하는 것"이라며 "양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육시설 등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에선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직장여성이 많아 셋째를 낳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셋째 아이가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둘째아를 낳는 가정은 줄었다. 신생아 수가 늘어났는데도 둘째아 수가 줄어든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통상적으론 자녀를 한명 낳고 단산(斷産)하는 것이 대세라는 뜻이다.
◇"자녀 3명 이상 희망" 여성 급증
2010년 인구센서스 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임신할 수 있는 가임 연령대(15~49세) 기혼여성 가운데 121만5000명이 자녀를 더 낳겠다고 답해 5년 전보다 14만4000명(13%) 늘었다. 특히 아이가 2명인데 1명 이상 더 낳겠다는 경우도 9만3826명에서 16만1372명으로 72%가 늘어났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가임여성들의 다산 희망을 현실화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다자녀 출산 우대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