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인구를 무기로… 4G 시장 '차이나 쇼크'
中 개발 TD-LTE, 러·日이어 인도도 채택
통신기술 변방국에서 세계시장 제패 도전장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 '차이나 쇼크'가 몰아치고 있다. 통신기술 변방국가였던 중국이 개발한 4세대(G) 이동통신 '시분할 롱텀에볼루션(TD-LTE)'기술이 세계 표준의 하나로 인정받은 데 이어,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을 모조리 끌어들이며 이 시장을 제패할 기세다. 업계에선 "중국이 기술로도 세계시장을 장악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경계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2위의 인구대국인 인도의 주요 이동통신사들이 4G 서비스 시행을 위해 중국의 TD-LTE를 공식 채택했다.
현재 TD-LTE는 6억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중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이 채택한 기술. 여기에 러시아, 브라질에 이어 인도의 국영통신업체 BSNL과 MTNL, 바티에어텔, 아리셀, RIL까지 TD-LTE 진영에 가세했다. 브릭스가 모두 중국의 4G기술을 택한 것이다.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LTE의 기술은 현재 ▦유럽주도의 GSM 방식과 ▦중국의 TD-LTE 방식로 양분되어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도 지난 1월 두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인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첨단 이동통신기술에서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은 것 자체가 빅 뉴스"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유럽식 GSM방식을 택하고 있어, 4G 기술시장은 사실상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쟁구도가 됐다. 하지만 여태껏 자기 기술만을 고집해왔던 일본이 최근 TD-LTE를 선택함에 따라, 중국기술은 이제 신흥국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은 GSM방식을 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라미드리서치는 2015년까지 전 세계 4G시장에서 TD-LTE 비중이 37%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향후 4G를 도입하는 신흥국들은 중국기술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 그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심지어 미국 내 일부 이동통신사들도 TD-LTE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워낙 거대인구를 가진 나라들이 TD-LTE쪽으로 합류하다 보니 휴대폰과 통신칩, 통신장비 등 제조업체들도 분주해졌다. 세계 최대 통신반도체 업체인 퀄컴을 비롯해 에릭슨 등 17개 반도체 회사가 TD-LTE 통신칩 개발에 뛰어들었고, 애플도 이미 스티브 잡스 창업주가 생전에 차이나모바일과 회동을 통해 TD-LTE를 지원하는 아이폰 개발을 긍정 검토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차이나모바일은 이미 6개 도시에서 TD-LTE 시범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올해 말까지 2만개의 기지국을 구축하고 내년 말까지 기지국 숫자를 10배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면서 "엄청난 장비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임하늬 로아컨설팅 선임컨설턴트는 "국내 휴대폰 및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이 이 시장을 겨냥할 필요가 있고, 정부에서도 와이브로주파수를 TD-LTE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