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선글라스를 착용한 경우는 박정희·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휴가지 등에서 자유와 여유를 만끽할 때 쓰이고 쇼를 위한 소품으로 활용된 적도 드물게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선친과의 추억이 깃든 경남 거제시 저도에서 취임 이후 첫 여름 휴가를 보냈다. 당시 페이스북에 선글라스 쓴 모습을 직접 올렸다. 렌즈는 옅은 보라색에 테는 크고 둥그런 여성용 디자인이어서 박 전 대통령이 연상된다는 의견은 별로 없었다.
두루마기 한복에 흰 고무신 차림으로 유명했던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지난해 정계를 떠난 뒤 선글라스 차림으로 언론 인터뷰에 등장했다. 본업인 농사로 돌아가 트랙터 위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인 2011년 4·27 재·보궐선거 기간 분당을 유세지원에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최고위원 신분으로 빨간색 셔츠에 선글라스 낀 모습으로 유세차에 올라 트로트를 열창했다. 현장에서 청중을 불러 모으는 한편 분당을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효과를 얻었다.
지난 3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의원실 트위터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군용 전투화와 유사한 구두까지 신은 ‘공항패션’ 사진을 올렸다. 정치 중립을 위반한 혐의로 고소·고발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출국을 직접 감시하고 막는다는 명분이었다. 민주당이 원 전 원장의 출국을 도피성으로 규정한 직후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외국은 상대적으로 선글라스에 대해 자유분방하고 정치인들도 수시로 착용한다. 햇빛을 가린다는 실용적인 목적과 함께 정치적인 메시지로도 활용된다.
특히 독재정권 경험이 없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선글라스를 통해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1961년생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글라스 애호가로 스포츠 활동에서 고글을 쓴 모습 등을 자주 보이며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지난 6월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며 선글라스를 낀 채 스마트폰을 보는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 ‘세련된 커리어 우먼’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 밖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선글라스 복장으로 사냥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면서 ‘강하고 남성적인 러시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전직 정보기관 요원답게 선글라스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재임 시절 모델 출신 부인 브루니 여사와 함께 ‘커플 선글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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