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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섬, 청소노동자①]종일 일해도 한달에 100만원 안돼… 식대도 2500원뿐

[기타] | 발행시간: 2014.02.09일 06:00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대학비정규청소노동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백양로 삼거리에서 생활임금쟁취 집단교섭투쟁 승리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mania@newsis.com

[편집자주]지난해 12월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소식은 한 겨울 대학가에 불어 닥친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의 단초가 됐다. 50~60대가 대부분인 청소노동자들은 한겨울 맹추위속에서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과 노동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각계의 지지도 이끌어냈지만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천막농성은 철회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50일을 넘긴 이들의 파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학구성원 가운데 고립된 섬인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실태를 짚어보고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본다.

【서울=뉴시스】장성주 기자 = "'내 집이다' 생각하고 청소를 하죠. 하지만 이 월급으로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요."

동이 채 떠오르기 전인 오전 6시.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청소를 하는 김모(52·여)씨의 하루는 어스름을 뚫고 시작된다.

기름걸레와 대걸레, 물걸레를 번갈아 가며 윤이 나도록 건물 내부를 쓸고 닦다보면 그야말로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다.

수시로 쓰레기통을 비우고 분리수거를 하고 화장실의 휴지를 채워놓는 일부터 칠판지우개를 털고 빈 강의실의 불을 끄는 등의 일까지 이 대학 건물에서 김씨의 손길이 닿지 않을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쉴틈없이 청소에 집중하다 보면 한겨울에도 온몸이 비지땀으로 흠뻑 젖기 일쑤다.

게다가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방학 때면 김씨의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각종 연구실과 사무실, 강의실, 복도, 계단 등까지 빠짐없이 대청소해야 하는 탓이다.

하루종일 눈코뜰새 없이 일하다 겨우 허리를 한 번 펼 때 쯤이면 퇴근 시간인 오후 4시가 찾아온다.

김씨는 "7년 동안 일하면서 하루도 허투로 일해 본 적 없다"며 "'내 집이다', '내 손자가 여기에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건물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청소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소속된 서울지역 12개 대학(▲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기숙사) ▲홍익대 ▲고려대 ▲광운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인덕대 ▲카이스트 ▲경희대 ▲한예종)의 청소노동자들은 김씨와 대체로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이들이 일하고 받는 댓가는 대체로 지난해 기준으로 시급 5700원. 지난해 최저임금인 시급 4860원보다 불과 840원(17%) 많은 수준이다. 심지어 이들이 받는 식대는 2500원에 불과하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분기마다 발표하는 지표인 '빅맥지수'에 활용되는 햄버거 '빅맥' 단품이 38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턱없이 부족한 식대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이 한시간을 일해야 겨우 5300원인 '빅맥세트' 하나를 사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소속인 서울대와 동국대, 숭실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5630원과 5600원, 5400원의 시급을 받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대학 청소노동자의 임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나아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한달 평균 임금은 100만원도 채우지 못한 91만2000원이다. 지난해 비정규직 평균 임금인 142만8000원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김씨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땐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이겠지만 우리에겐 피와 살 같은 돈"이라면서도 "간신히 입에 풀칠 할 수 있을 정도의 월급이라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는 기본적으로 개별 사업장이나 기업, 조직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다"며 "사용자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이것이 하청으로 이어지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임금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정 위원회를 비롯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개선 의지와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ufpi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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