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PC방에는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원칙적으로는 PC방에서 음란물을 볼 수 없는 것이다. 만약 PC방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볼 수 있다면 관리의 책임은 누구에게 지울 수 있을까.
지난달 대구 지역 PC방 업계는 발칵 뒤집혀졌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PC방이 지목되면서 경찰이 대대적인 PC방 점검에 나선 것이다. 한 달 남짓한 동안 대구의 1000여개 PC방 중 120곳이 단속됐다. 적발된 업소 가운데 101곳이 '음란 사이트 접속 차단 프로그램 미설치'로 과태료 300만원의 행정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일부 업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설치했는데도 리스트에 빠진 음란 사이트에 일시적으로 접속이 됐다"며 "리스트 갱신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각 제작사의 책임인데 왜 우리가 이를 떠안아야 하냐"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실적을 위해 경찰이 무리하게 단속을 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김모(41)씨는 "특정 음란 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미설치 판정을 내렸다"며 "법대로 프로그램을 설치해 놨는데 억울하다"고 했다. 현재 단속된 업주의 약 10% 이상이 같은 근거로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설치를 했다고 해도 일부 음란 사이트가 접속이 된다면 관리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방통위와 제작사 책임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정품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업데이트를 제대로 하지 않은 PC방에서 이런 해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차단 프로그램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단속이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프로그램 제작사 역시 "현실적으로 전 세계의 모든 음란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는 없다"며 "음란 사이트 접속을 100% 차단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PC방 업주들 사이에선 차단 프로그램 의무 설치화 정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 설치 의무화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r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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