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8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안산 단원고 3학년 A(18) 양은 구조자 현황 게시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와 벌써 9일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5일 수학여행을 위해 집을 나선 여동생(17)의 모습이 언제 게시판에 나올지 몰라서다. 게시판에는 구조대가 건져 올린 시신의 인상 착의가 시시각각 올라온다. 게시판에 적힌 시신들의 설명을 열 번도 넘게 훑어봤지만 동생으로 추정할 만한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A 양은 “게시판에서 동생이 입은 옷 브랜드를 발견하고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면서 “하지만 동생이 아니었고 아직 여동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이제 막 새로운 친구들과 친하게 됐다며 좋아했었는데 하늘나라에서나 친구들과 놀게 됐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A 양은 동생과 같은 학교에 다녔다. 한 살 터울이라 우애도 남달랐다. 수학여행을 앞두고도 동생의 옷, 가방을 손수 챙겨줄 정도였다. A 양은 “수학여행 때 입을 옷이 없다고 동생이 투정하기에 티셔츠, 치마 등을 골라줬다”면서 “그게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둘이 마지막 공유한 추억은 바로 선상에서의 불꽃놀이였다. A 양은 16일 오전 사고가 나기 직전 카카오톡으로 “지난해 내가 수학여행 갔을 때 불꽃놀이가 멋졌는데 어땠냐”고 물었고 동생은 “정말 멋지던데”라고 답했다며 흐느꼈다.
진도 =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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