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리오넬 메시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혀 온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가 ‘마지막 자존심’이었던 득점 1위를 내줬다. 21일 오전(이하 한국 시각) 그라나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바르셀로나의 5-3 승리를 이끈 메시는 팀 역사상 최다인 234골을 넣은 동시에 호나우도를 제치고 올 시즌 라 리가 득점 1위로 올라섰다.
지난 12일 이미 올 시즌 50골(전 대회 합계)을 넘기며 2시즌 연속 50골 돌파의 대기록을 세운 메시는 일주일 만에 다시 한 번 역사를 썼다. 바르셀로나 대선배 세자르 로드리게스의 팀 내 통산 최다골 기록을 넘었다. 아울러 32골로 1골 차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던 호나우도를 2골 차로 따돌렸다.
눈길이 가는 것은 역전된 득점 순위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메시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호나우도가 메시의 대항마로 평가받아 온 것은 한 수 위의 득점력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34경기 40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메시의 33경기 31골도 놀라운 기록이었으나, 호나우도의 득점포가 더 자주 불을 뿜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득점력 면에서도 메시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27경기 32골을 넣은 호나우도의 득점력은 지난 시즌 이상이다. 하지만 27경기 34골을 기록한 메시의 득점 행진이 지난 시즌보다 훨씬 빠른 바람에 득점 선두를 내줬다. 득점에 특화한 선수라는 평가까지 받는 호나우도가 이대로 득점왕을 내준다면 더는 최고임을 자부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
게다가 시즌 전체 득점을 따진다면 메시와 호나우도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코파 델 레이와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 올 시즌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45경기 54골을 기록 중인 메시에 비해 42골의 호나우도는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격차(메시 12골, 호나우도 6골)가 크다. 스페인 ‘신계’를 이끄는 두 선수 중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갈리는 분위기다.
지금 호나우도가 메시를 앞지르는 것은 팀 순위 뿐이다. 바르셀로나(잔여 10경기, 승점 66)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음에도 레알 마드리드(잔여 11경기, 승점 71)는 승점 5점 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바르셀로나 원정을 비롯해 발렌시아, 아틀레틱 빌바오 등을 만나야 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일정이 더 험난하지만 여전히 우승으로 가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메시의 대항마로 꼽혀 온 루니마저 “메시가 역대 최고”라며 한 수 위임을 인정했다. 호나우도는 메시 독주 체제에 약간의 균열을 낼 수 있는 마지막 후보인 셈이다. ‘유럽 최고’는 메시에게 양보하더라도, 최소한 스페인 무대에서 라이벌 지위를 유지하려면 라 리가 득점 1위를 다시 빼앗고 팀 우승을 이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김정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