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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라

[기타] | 발행시간: 2014.05.10일 15:16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형을 구하기 위해 탈옥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온몸에 문신으로 새긴 채 감옥에 가는 동생의 이야기다. 사람 몸의 최전선 조직인 피부는 영화에서 종종 기억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토요판] 몸

피부, 인체의 최전선

▶ 봄입니다. 피부로 ‘봄 타는’ 분들 있습니다. 이맘때면 피부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분들 적지 않습니다. 피부는 급할 때 사용하는 메모지이자 몸을 지켜주는 방벽입니다. 그러나 피부의 고마움을 평소에 깨닫기는 쉽지 않습니다. 민감성 피부를 가진 분들 중에 ‘아무것도 못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은희 칼럼니스트는 피부가 느끼는 고통이 알고 보면 고마운 존재임을 알려줍니다. 봄을 맞아 피부의 모든 것을 알아봤습니다.

등산을 떠났다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약혼자의 졸업 앨범에서 그가 예전에 살았던 집의 주소를 알아낸 히로코는 충동적으로 팔뚝에 주소를 옮겨 적고 그리운 마음에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이 뻔한 그곳으로 편지를 보낸다(<러브레터>). 아내가 끔찍하게 살해된 날 이후, 10분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을 겪는 레너드는 뇌 속에서 끊임없이 사라지는 기억을 자신의 피부 위에 새겨 붙잡아두려 한다(<메멘토>). 억울하게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힌 형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의 마이클 스코필드는 탈옥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온몸에 빼곡하게 새긴 채 감옥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간다(<프리즌 브레이크>).

각질층의 지방 성분 녹여내는 주부습진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들은 종종 피부를 두 번째 뇌 혹은 믿지 못할 기억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곤 한다. 사실 지금처럼 휴대폰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살던 사람들은 전화번호나 약속 시간 등을 잊지 않기 위해 볼펜으로 손바닥에 메모를 했던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내용이 정작 필요할 때는 온통 땀에 번지거나 지워져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경우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적어도 볼펜이 손바닥 위를 지나가던 순간 느껴지던 묘한 간지러움만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아 가끔 우리의 추억을 간질이곤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메모지 대용으로 사용되곤 했던 피부는 물론 그런 의미로 사용되라고 존재하는 기관은 아니다. 사람의 몸에서 가장 바깥쪽에 존재해서 신체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인체의 ‘최전선’ 조직이기에 그 기능과 특성 역시도 위치의 역할이 매우 크다.

먼저 피부는 우리 몸의 방벽이다. 피부는 우리 몸을 꼼꼼하게 덮고 있다. 물론 위치에 따라 두께의 차이는 있는데, 가장 얇은 곳은 눈꺼풀로 약 0.2㎜ 정도이고-그래서 눈 주위 피부는 노화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가장 두꺼운 곳은 허벅지 부근의 피부로 약 6㎜ 정도이다. 하지만 두께에 상관없이 피부는 외부의 미생물들이 신체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거의 완벽한 장벽이다. 그래서 이를 일컬어 피부장벽(skin barrier)이라고 부른다. 피부는 가장 바깥쪽에서부터 표피-진피-피하조직으로 구성되는데, 그 표피 중에서도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각질층이 1차 피부장벽의 중요한 구실을 한다. 각질층은 ‘장벽’의 기본 구조인 벽돌담 구조로 되어 있다. 벽돌과 같은 구실을 하는 각질세포(corneocyte) 사이를 시멘트 역할을 하는 각질세포 지질막 구조가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이다. 일단 각질층을 이루는 각질세포들은 한 지점에 10개 이상의 세포가 겹쳐서 위치해 이 자체가 하나의 물리적 방벽으로 작용한다. 또한 각질세포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각질세포 지질막 구조는 피부 전체에 일종의 기름막을 형성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수분이나 혹은 수용성 물질들을 차단하는 작용을 하며, 또한 이곳에 존재하는 지방산(脂肪酸)은 피부를 Ph 5.5~5.9 정도의 약산성을 띠게 하여 세균의 지나친 증식을 억제한다. 생물체를 이루는 주요 성분인 단백질은 산성 성분과 접하면 변성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피부를 약산성으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여기에 달라붙는 세균들의 성질을 변화시켜 이들의 활성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몸을 꼼꼼하게 덮은 피부

가장 얇은 곳은 눈꺼풀로 0.2㎜

가장 두꺼운 허벅지는 약 6㎜

표피-진피-피하조직으로 구성

표피 바깥쪽 각질층이 1차 장벽

무통각증 및 무한증 가진 사람

어떤 종류의 통증도 못 느끼고

땀도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고열이나 화상에도 반응 못해

생명 잃거나 영구적 장애 발생

피부의 각질층이 지방층이며 산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은 주부습진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 주부습진이란 가사노동을 주로 담당하는 주부들에게 많이 생긴다고 하여 붙여진 별칭으로, 설거지, 손빨래 등을 통해 물과 특히 비누나 세제와 자주 접하는 경우 발생하기 쉽다. 비누와 세제 속에 든 계면활성제는 기름을 녹이는 성질을 지닌다. 따라서 이들은 그릇이나 옷가지의 기름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각질층의 지방 성분을 녹여내 피부장벽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알칼리성이어서 약산성인 피부의 산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론 각질층은 재생 효과가 뛰어나 각질세포는 30일을 주기로 완전 교체되며 각질세포 지질막도 수시로 보충되곤 하지만 보충 속도보다 씻겨나가는 속도가 더 큰 경우, 피부가 얇아지고 피부장벽이 약화되고 이 틈을 통해 피부자극 물질이나 미생물들이 유입되어 알레르기 반응이나 염증을 일으키는 주부습진이 생기곤 한다. 주부습진 외에도 습진으로 분류되는 다양한 피부염의 근본 원인은 피부장벽의 손상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다.

피부가 완벽하게 외부와의 차단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생물체의 몸은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와 소통하면서 살아가므로, 몸의 외곽을 구성하는 피부는 외부와의 소통 통로가 된다. 특히나 우리는 피부를 통해 세상을 ‘느끼며’ 그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하며 살아간다. 사람의 피부에는 다양한 종류의 감각 수용기가 존재해 외부에서 주는 메시지를 읽어낸다. 메르켈 소체는 피부에 무엇이 닿았을 때 일어난 미세한 변형을 감지해 그 촉감을 느끼며, 파치니 소체는 피부에 가해지는 진동과 압력을 감지한다. 크라우제 소체는 차가운 정도를 알아채고, 루피니 소체 혹은 루피니 말단은 온열 감각을 감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더 많이 퍼져 있는 신경 말단 부위들은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자극들을 매우 민감하게 인식해 뇌에 전달하고 뇌는 이를 ‘통증’으로 받아들이곤 하며, 다른 피부감각 수용기들이 받아들인 정보들이 과한 경우 이것 역시도 통증으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따뜻한 감각은 루피니 소체가 알아채지만, 이 따뜻함이 지나치면 통증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피부를 옷처럼 들고 있던 남성

피부가 받아들이는 자극의 종류들은 매우 다양하고 피부는 이 다양한 감각들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신호를 빠르게 인식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생물체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선천성 무통각증 및 무한증(congenital insensitivity to pain with anhidrosis, 이하 CIPA)을 가진 사람의 경우,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두뇌로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세포의 기능이 이상을 일으켜 어떠한 종류의 통증도 느끼지 못한다. 흔히 우리는 ‘무통증’이라는 단어에서 기계인간과 같은 강인한 이미지를 연상하나 단지 통증만을 느끼지 못할 뿐 이들의 몸은 금속덩어리가 아니기에, CIPA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의 인생은 하드고어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험난하다. 보고에 따르면 이 증상을 가진 아이들은 통증을 느끼지도 못하고 땀도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고열이 나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어린 시절에 고열로 사망하며, 화상이나 심각한 상처를 입어도 전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이로 인한 출혈이나 2차 감염으로 생명을 잃거나 영구적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하니, 내 피부가 아픔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인체를 플라스티네이션 처리해 보여주는 전시회를 접한 적이 있었다. 죽음을 맞았으되 썩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는 인체의 모습이 눈앞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 느낌이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의 벗겨낸 피부를 옷처럼 들고 있는 한 남성-살아 있을 때는-의 모습이었다. 전시기획자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이런 전시물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무엇을 노렸든 말 그대로 ‘벌거벗은’ 인체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그가 의도한 것을 넘어선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혹 1㎝도 안 되는 이 얇은 거죽 한 겹이 인체를 완벽하게 아우른다는 존재에서 인체가 지닌 신비와 인간 존재의 보잘것없음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면 지나친 감상일까?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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