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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정도전과 포은 정몽주, 과연 누가 옳았을까?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5.21일 10:07
이방의 땅에서 황금 같은 5월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며 종을 잡을 수 없이 변화 무쌍하지만 밤공기는 여전히 적당하고 좋습니다. 저는 요즘 조그만 지방 도시에 내려와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작은 도시가 주는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몸소 체험하는 중입니다.

그렇습니다. 남의 나라인 중국에도 큰 도시와 작은 도시의 장단점은 있을 겁니다. 물론,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작은 도시에는 인간적인 맛이 있다는 겁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정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열악하다는 어쩔 수 없는 특징(?)도 있습니다. 한국인과 중국의 만남도 이렇게 환경에 따라 느낌이 다릅니다. 역시 우리네 인생은 결코 다 나쁜 것도 없고, 다 좋은 것도 없는 가 봅니다.
새로 온 동네에 친구도 없고, 한국인도 없는 관계로 저녁에는 일찍 집으로 와서 책을 읽기도 하고 한국 인터넷 방송도 봅니다. 요즘 제가 빠져들고 있는 드라마는 다름 아닌, '정도전'이라는 KBS 드라마입니다. 사극과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면 이미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라고 하더군요. 저도 세월이 흘러 어느덧 이 대열에 들어 간듯합니다. 아무튼, 이 드라마가 한국의 40-50대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왜 인기가 있을까요? 일단은 재미가 있다는 단순한 표현이 맞을 겁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는 시점에서 인간들의 투쟁과 갈등 그리고 대의명분을 두고 40년 우정의 친구가 싸우는 모습에서 사람의 본질적 근성과 정치의 속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드라마 작가가 결코 어느 편에 서지 않고 최종적인 판단을 시청자들에게 맡긴다는 겁니다. 이런 연유로 저 또한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과연 나는 정몽주와 정도전 중에서 어느 편이 옳았다고 생각할까?" "누가 역사적인 관점에서 명분과 실리가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알다시피 고려 말의 정국은 드라마의 내용처럼 정도전이 이끄는 개혁파와 정몽주가 이끄는 보수 세력의 갈등과 투쟁이 아주 긴박하게 돌아갔을 겁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싸움 이면에는 나름 사대부들의 선비 정신과 이성계를 중심으로 하는 무장 세력들의 개혁 정신도 강했을 겁니다. 다만, 시간이 많이 흐른 현재의 시점에서 삼봉 정도전이 옳았느냐? 아니면, 충절의 대명사 격인 포은 정몽주가 옳았느냐를 드라마는 우리에게 물어 보는 겁니다. 누가 옳았을까요?

저도 이런 물음을 갖고 며칠을 틈틈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주 어려운 문제도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답이 쉽게 내려지질 않더군요. 인생을 50 중반 넘게 살다보니 두 사람의 처지를 다 이해한다고 하면 제가 조금은 건방진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삼봉의 고달프고 우여곡절 많았던 젊은 날의 경험으로 볼 때, 그는 만백성이 잘사는 나라, 정의가 살아서 움직이는 나라가 꿈이었을 거라고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반면에 대대로 사대부 집안에서 국가의 녹을 먹으며 살아 온 포은 정몽주의 입장에서는 면면히 흐르는 선비정신이 있었을 겁니다. 선비가 역모를 꿈꾸면서 두 개의 왕조를 섬길 수 없다는 것은 서당에 갓 입학해서 배우는 기본과목이었을 겁니다. 더구나 그는 평생 동안 끼니 걱정을 안 해 본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삼봉과 포은, 둘 중에 누가 옳고 그르냐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 사람들이 운명적으로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숙명같이 만나서 각자의 길을 간 겁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람의 성향은 자기가 커 오고, 자라고, 배운 환경에 지배를 당한다는 겁니다. 분노와 울분이 쌓인 사람은 기회가 오면 그것을 분출하고 싶은 겁니다.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가슴에 쌓인 분노를 표출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개인의 심적인 이면과 바닥에는 나름 그 형성된 원인과 유전자가 있을 겁니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쿠데타가 많이 나는 이치입니다. 힘없고 불쌍한 백성들의 자발적인 봉기도 그런 울분이 싸이고 쌓여서 폭발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를 막론하고 잘 살고, 잘 먹었던 높은 벼슬아치들이 민중 봉기를 했다는 기록은 전무합니다.

정도전이라는 역사 드라마도 어쩌면 우리에게 그런 메시지를 주는 건지 모릅니다. 삼봉 정도전이 옳았느냐, 포은 정몽주가 옳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닐 겁니다. 정몽주는 자기의 대의명분을 위해서 죽은 겁니다. 역사는 지금도 그를 충신이라 합니다. 잘못 살다간 인생이 아닙니다. 정도전도 결국은 자기의 과업을 이룩하고 죽어 갑니다. 새로운 나라를 창업하고 600년 조선의 기틀을 다집니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는 만고의 충신으로서 명예를 남기고, 정도전은 개혁의 기초를 다진 걸출한 개국 공신으로 운명을 마감한 겁니다.

다만, 역사의 흐름은 끝내 개혁을 통해 새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도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정도전 혼자서 한 일도 아닙니다. 하늘의 뜻이 있었던 때에, 백성들이 울부짖는 고통을 당하고 있던 때에, 삼봉 정도전은 태어났고, 자기의 목표를 하늘의 시기와 맞추었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들이 울분도 느껴보고, 한편으로는 각자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도 가져보는 중입니다. 대통령이 눈물도 쏟아내고, 많은 민중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서 추모집회도 합니다. 6.4 지방 선거을 앞두고 나라는 진보와 보수라는 양진영으로 나뉘어 설전의 강도를 높이는 중입니다. 모두가 삼봉과 포은처럼 나름의 명분이 있고, 그런 바탕에는 현재 각자가 처한 환경이 주는 영향도 있을 겁니다.

다만, 역사는 우리에게 말을 합니다. 아무리 정몽주 같은 충신이 있다고 해도 백성들의 대다수가 울분을 느끼면 개혁이 성공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가의 지도자들은 “백성은 하늘이다”는 진리를 늘 가슴에 새기며 정치개혁도 해야 할 겁니다. 부디 정부의 새로운 개혁이 백성들의 울분을 닦아주길 바랍니다. (dw67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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