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지 않으면 저절로 꺼지는 저발화 기술 내년부터 의무
- 화재예방 위해 KT&G, 담배 제품의 70% 도입
- 외국계 10년전부터 기술확보..국내는 의무 없어 도입 안해
- "설비 변경 필요로 곧바로 적용 못했다" 해명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최근 고양종합터미널과 장성 요양병원 등 대형 화재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화재 예방에 효과가 있는 저발화성 담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담배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외국계 담배회사는 이 기술을 적용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저발화성 담배(LIP, Low Ignition Propensity)는 궐련지 안쪽에 특수물질을 코팅해 담배를 빨지 않으면 저절로 꺼지도록 한 기술을 적용한 담배다. 산불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T&G는 독자 개발한 저발화 기술인 블루밴드를 적용한 ‘더원’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담배사업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7월부터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담배에 저발화 기술 적용이 의무화된다.
소방방재청이 최근 5년간(2009~2013년) 발생한 봄철(3~5월) 전국 화재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평균 1만2490건의 화재 중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17.6%(2192건)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7월 ‘블루밴드’라는 저발화 기술을 도입한 더원 3종을 내놨고, 8월에는 에쎄골든리프에도 적용했다. 현재까지 시판 중인 KT&G 담배 제품의 70% 이상에 블루밴드 기술을 적용돼 있다. KT&G는 올해 안에 전 제품에 이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 JTI코리아 등 외국계 담배 3사는 저발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전혀 출시하지 않고 있다.
외국계 담배사들이 저발화성 담배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관련 기술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EU 등 외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저발화성 담배를 의무화하고 있다.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2005년 캐나다, 2010년 호주, 2011년 EU 등 30여개 국가에서 현재 저발화성 담배만 판매할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담배를 팔고 있는 외국계 담배사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저발화성 담배 기술을 개발,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출시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저발화성 담배를 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 담배 회사의 안전 의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외국계 담배사 관계자는 “외국에서 저발화성 담배를 출시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에 도입하려면 담뱃잎 배합이나 설비 등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바로 적용하지 못했다”면서 “의무화 기간에 맞춰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현 (e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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