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서 북서쪽으로 350㎞ 떨어진 오스티오날 해변에 수만 마리의 거북이들이 오르고 있다. 알을 낳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현지에서는 이 현상을 '도착'이라는 뜻의 '아리바다'라고 부른다.
이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북이들이 찾는 곳으로, 많을 경우 하루 10만마리까지 모여든다. 17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반달이 뜨는 달이면 코스타리카 오스티오날 해변에 수만 마리 바다거북이 산란을 위해 육지에 오른다며 그 때엔 해변이 마치 껍질로 덮여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고 전했다.
바다거북들은 알을 낳기 위해 대양을 건너 4,000㎞를 헤엄쳐 고향으로 돌아온다. 강 냄새를 맡으며 적당한 자리를 찾던 바다거북들은 땅을 파기 시작한다. 거북은 긴 여정에서 살아남은 것을 자축하듯 약 80∼100개의 알을 낳는다. 수만마리의 거북들이 800m 거리의 작은 해변에 집중적으로 산란한다.
독일 출신의 전문 야생동물 사진작가 잉고 아른트(45)는 이 멋진 광경을 찍기 위해 20일을 이 해변에서 보냈다. 그는 "세상에서 목격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자연 이벤트 중 하나"라며 "그 어느 곳에도 이런 아리바다 현장을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알이 부화하는 50일 동안 다양한 동물들이 오스티오날 해변을 찾는다. 오소리, 독수리, 이구아나 등은 수만 마리가 낳은 최대 7,000만개의 알을 찾아 이곳에 와서 알이나 새끼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집어삼킨다.
이 때문에 새끼 바다거북들이 알에서 부화해 무사히 바다로 갈 확률은 3%에 불과하다. 살아남은 거북들은 알을 낳자마자 다시 먼 길을 떠난다. 그리고 어미처럼 15년 뒤 알을 낳기 위해 다시 이곳을 찾는다.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알은 채취나 거래가 불법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스티오날만은 예외다. 첫 아리바다 뒤 36시간 동안 채취가 허가된다. 주민들은 지난해엔 약 5,000만원 상당의 알을 캐냈다. 주민들은 바다거북의 알을 시장에 내다 팔고 거북이를 위협하는 새들을 쫓아내는 것으로 보답한다.
잉고 아른트는 "그동안 숱한 자연현상을 봤지만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라며 "이 거대한 아리바다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어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아이닷컴 김정균 기자 kjkim79@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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