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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제국` 뒤흔드는 120만명의 원망과 한숨

[기타] | 발행시간: 2012.03.24일 03:05
폭스콘의 비극

애플社 제품 조립 전담하며 세계 500대 기업으로 급성장

비인간적인 작업 환경으로 노동자 투신자살 잇따라

애플의 신뢰는 얻었지만 수억달러 손실내며 위기에


▲ 로사 전 교수

이달 7일 뉴 아이패드 출시 행사가 있던 미국 내 애플스토어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신제품을 먼저 차지하려고 밤새 줄 선 팬들 옆에 "노동자를 보호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와 서명운동이 등장한 것이다.

아이패드 조립 공장인 폭스콘(Foxconn)의 CEO 테리 구오(중국명 궈타이밍·郭台銘)와 애플 창시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첫 인연은 1990년대 말로 올라간다. 1974년 24세의 대만 청년 테리 구오는 군 복무를 마치고 선박 회사에서 일하다가 훙하이(鴻海)라는 회사를 창업, TV 채널 손잡이 등의 제조 하도급업을 벌였다. 그러던 중 미국 내 32주(州)를 1년 동안 돌기로 한다. 끈기와 배짱으로 32개 주의 큰 회사 문을 두드린 결과, IBM에서 주문을 따내는 데 성공한다.

그는 곧 임금이 싼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한 후, 1996년 컴팩에 컴퓨터를 싼 가격에 만들어준 게 소문나면서 애플·HP·삼성 등으로부터 연달아 주문을 받는다. 당시 잡스는 해고당한 지 10년 만에 빚더미에 앉은 애플로 돌아와 급여 1달러를 받으며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매달린다. 제품 수도 줄이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아이맥(1998년)·아이팟(2001년)·아이폰(2007년)·아이패드(2010년) 등으로 승승장구하며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쳤다. 이 성공의 뒤에는 폭스콘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다.

◇애플과 폭스콘의 '딜레마'

훙하이그룹의 영어식 상호명인 폭스콘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이폰 13만7000개를 매일(1분당 약 90개) 만들어내던 공장에서 투신자살이 연발한 2010년이다. 어느 날 열아홉 살 난 직원 한 명이 공장 5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게 벌써 11번째 투신자살이라는 것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세계의 소비자들은 그 공장이 아이폰을 만드는 곳이라는 데 주목했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애플과 폭스콘은 서로를 버리기에는 너무 많이 함께 왔지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애플로서는 폭스콘의 스피드·품질·가격에 대한 대안이 당장에는 없다. 삼성과 애플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제조회사와 판매회사라는 점이다. 즉 갤럭시폰은 삼성 공장에서 대부분 만들지만, 아이폰의 생산은 전적으로 폭스콘에 의지한다. 애플은 디자인과 마케팅만 한다. 폭스콘은 흔히 생각하는 단순 하도급 업자가 아니다. 전략적으로 남의 브랜드만 조립 생산하기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포천 글로벌 500' 안에 들며 세계 12개국 25개 공장에 직원 120만명을 거느린 거대한 회사다. 보유 특허만도 3만5000개 이상이다.

더욱이 폭스콘은 철저한 고객 중심주의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제품에 대한 비밀을 지켜 잡스의 신용을 얻었다. 잡스가 TV 인터뷰에 나와 폭스콘을 노동자를 위한 숙소·병원·수영장까지 갖춘 좋은 회사라고 변호할 때, 그 시설은 노동자들을 24시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라는 말은 뺐다. 당시 그의 눈이 카메라 대신 바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폭스콘의 딜레마는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힌 데다, 마진까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주가(株價)를 보면 애플은 2006년에 비해 400% 이상 올랐으나, 폭스콘은 5년 전 주가 그대로다. 2010년, 폭스콘은 아이폰의 생산량을 충당하기 위해 100억달러를 들여 중국 청두(成都)에 새 공장을 지었고 아이폰4의 각진 프레임을 특수 제작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 같은 해 애플은 이윤을 140억달러 남겼으나, 폭스콘은 처음으로 2억달러 손실을 냈다. 싼 가격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공급망의 효율적인 통제와 중국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폭스콘은 중국 공장에 로봇을 투입하거나 브라질 등 제3국으로 이전을 검토 중이다.

▲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여직원들이 애플 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애플은 중국 노동자들의 희생을 발판으로 경제적 성공을 거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Corbis 토픽이미지◇비밀주의의 종말

리더십과 고객 만족은 경영대학원에서 인기 과목들이다. 카리스마적 리더십과 고객 중심을 지향하는 기업들은 향후 3년간 애플과 폭스콘을 주시해보길 바란다. 찬란한 성공 뒤의 군대식 경영 스타일과 비밀주의는 구오와 잡스의 공통점이다. 이런 카리스마형 리더는 빠른 성장을 일으키지만, 나르시시즘에 빠지면 현실을 직시하기 힘들고, 후계자 구도도 늦어진다.

폭스콘의 비밀주의는 역설적으로 철저한 고객 중심의 결과다. 첫 투신자살자가 2009년 아이폰 원형(견본)을 잃어버린 후 각종 신체적·심리적 학대를 견디지 못했던 노동자였던 것을 기억한다면, 결국 지나친 고객 중심주의가 고객인 애플의 신뢰를 단기간 얻었으되 장기적으로는 손실임을 보여준다.

포브스(Forbes)지의 세계 부자 명단에 오르고 24세나 어린 부인 데리아와 결혼해 득남한 테리 구오는 62세로 남들은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에 회사 때문에 고민이 많다. 건물마다 안전망을 치고, 월급도 외관상 올렸고, 신입 사원에게 자살 안 하기 서명까지 받았지만, 폭스콘 노동자는 올 들어서도 투신자살을 기도했다. 대중은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 구글을 제치고 1위를 한 애플에 대해 노동자들의 희생을 대가로 이윤을 극대화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잡스는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여러분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명연설을 남겼다. 그리고 현재 애플은 1000억여달러라는 거대한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분하는 것 외에는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 499달러짜리 아이패드를 폭스콘에서 조립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고작 12달러라고 한다. 애플을 포함한 대기업이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대답은 더없이 선명해 보인다. 이는 잡스가 사랑했던 비틀스 노래에서처럼 너와 나의 추억은 앞에 펼쳐질 길보다 짧기 때문이다.

_이번 호부터 월 1회 로사 전(Rosa Chun) 스위스 IMD경영대학원 정교수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로사 전 교수는 영국 맨체스터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교의 최연소 정교수를 거쳐 현재 IMD경영대학원의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인 교수로 리더십·마케팅·경영전략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전략 경영 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 ‘마케팅 과학회 저널(Journal of Academy of Marketing Science)’ 등 90개 이상 유력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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