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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고추장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7.03일 08:41
나에겐 못된 버릇 하나 있다. 출장 갈 때마다 고추장을 도시락처럼 싸서 스스로 촌티를 드러내 늘 체면이 깎인다. 어머니는 물론 남편, 동학들, 동료들까지도 나의 이 습관을 《괴상한 습관》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한들 나는 지금도 고집스레 《고추장인생》을 살아가고있다.

우리 집 식탁에는 끼니마다 고추장그릇이 빠짐없이 오른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먹든 말든 고추장이 없어서는 안된다. 고추장그릇에 나의 저가락이 끊임없이 드나들 때마다 남편은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허허 하고 웃고만다.

사범학교에 다닐 때였다. 내 음식습관을 너무 잘 알고있는 어머니는 매번 학교로 갈 때마다 한 학기동안 먹을 고추장을 밤새 열근 나마 드는 비닐통에 꽁꽁 다져넣는다. 그때 우리 고장에서 연변사범학교까지 가려면 2박 3일이 걸렸다. 먼길에 사소한 생활필수품마저 짐이 되는데 고추장 10여근씩 챙겨가지고 다닌다는건 힘에 부쳤다. 그래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집에서 떠날 때는 어머니가 뻐스정류소까지 들어다주기에 괜찮았는데 장백현성까지 가서 내릴 때 들어보니 제법 무거웠다. 다행히 한반에서 함께 입학한 남학생이 들어주어 큰 도움이 되였다. 그때는 장백에서 송강하까지 간 다음 송강하에서 다시 역전으로 가는 길에 꼭 당나귀차를 갈아타야 했다. 우리는 짐을 당나귀차에 올려놓았다. 물론 나의 《보배단지》 고추장비닐통도 말이다.

나는 좀 웃음이 헤프다. 일단 웃기 시작하면 끊을줄 모른다. 16살에 로천당나귀차에 앉은것이 제일 우습고 부끄러웠다. 그놈의 당나귀차가 삐쭉삐쭉거리며 달릴 때마다 자꾸 웃음이 나오는걸 참을수 없었다. 게다가 역전까지 가는 길이 지금처럼 아스팔트길이 아니고 우불꾸불, 울퉁불퉁하여 차가 덜커덩거릴 때마다 고추장비닐통이 몇번이고 넘어지고 구을고 하는바람에 얼마나 부산했는지 모른다. 말수 적은 남학생이 《넌 꼭 고추장을 싸들고 다녀야 하니?》하고 은근히 꺼리는 말투였지만 난 《그래, 난 고추장 없으면 못산다.》면서 뭉개버렸다.

이렇게 장백에서 송강하까지, 송강하에서 이도백하까지, 이도백하에서 연길까지 마음씨 고운 그 남학생이 나의 《보배단지》를 들어다준 덕분에 한 2년쯤 매 학기마다 밥맛을 잃지 않고 공부했다. 너무 고마운 동창생이였다. 지금도 우리는 동창생들끼리 모여앉으면 늘 고추장이야기를 한다. 나머지 2년은 교통도 퍽 좋아지고 연변의 고추장에 맛을 들인후부터 번마다 연길 서시장의 고추장을 사다먹었기에 큰 짐을 덜었다.

작년 8월에 북경에 실무강습을 가게 되였다. 한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가 내 음식습관을 잘 알고있었기에 고추장을 가지고 가라고 귀띔했다. 나는 정말 고추장을 갖고 수도 북경에 갔다. 그런데 정작 호텔에서 짐을 정리하면서 한방에 든 선배앞에서 고추장을 꺼내자니 좀 멋적었다. 이젠 16살도 아니고 40살이 다된 아줌마로서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고추장그릇을 당당하게 꺼내놓을수 없었다. 식사는 뷔페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온 여러 민족학원들을 고려하여 지방 특색이 짙은 음식들이 많이 올랐는데 그 종류와 맛, 색갈에 이르기까지 실로 각양각색이였다. 그런데 유독 내가 좋아하는 된장국이나 고추장은 없었다. 너무 서운했다. 문득 우리 민족의 자리가 비여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체면때문에 꺼내지 못한 고추장이 나를 비웃는것만 같았다. 한 이틀 지나니 한방에 든 선배와 강습반의 다른 학원들과도 친숙해졌다.

《김선생, 너무 적게 식사하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이렇게 료리가 많은데?》

《글쎄요. 그런데…》

대화를 나누며 이틀동안 외면한 고추장 생각에 저도 모르게 군침을 꼴깍 삼켰다.

사흗날아침, 이제 체면이고 뭐고 참을수가 없었다. 한방에 든 선배에게 고추장을 가지고 가서 밥을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선배와 함께 고추장그릇을 들고 가는 내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오늘아침엔 밥 많이 먹을테야.) 그런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새하얀 이밥에 고추장을 비벼서 맛있게 먹자던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아침식사는 글쎄 닭알과 쏘세지, 홍당무우와 파에 완두를 섞어서 볶아낸 비빔밥이였다. 할수없이 투덜거리며 비빔밥에 고추장을 푹 떠넣고 비볐지만 너무 짜서 도무지 먹을래야 먹을수 없었다. 조선족음식인 찰떡, 송편, 국수, 순대, 김치대신에 우유에 닭알에 여러가지 깜찍한 단설기로 서양식아침식사를 하는 학원들속에서 나는 촌티를 너무 다분히 풍겼다. 다행히 한상에 앉은 학원들가운데 화룡에서 온분이 드문드문 연변의 도라지무침과 소힘줄무침을 꺼내놓아서 내 고추장도 좀 빛을 보았다.

체면때문에 채 먹지 못하고 도로 갖고 온 고추장! 집에 와서 내 식탁의 중심에 보기 좋게 놓여졌다. 남편이 감자며 버섯이며 콩나물이며를 듬뿍듬뿍 넣고 보글보글 끓여준 된장국을 훌훌 불어 마시며 고추장에 풋고추를 폭폭 찍어먹으니 천하별미였다. 이게 바로 분명 우리 조선민족의 맛인데 구경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떠한가?!

요즘 텔레비죤에 《혀끝으로 만나는 중국》이라는 프로가 방송되고있다. 중국의 음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프로그람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만은 볼수가 없다. 허다한 식탁에서도 소외되고있는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 음식문화가 소실되고있는것에 나는 통탄을 금할수 없다.

내가 왜 고추장을 이처럼 좋아할가? 그 리유는 오직 하나였다. 그것은 나의 몸속에 조선민족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있기때문이리라! 하기에 우리 조선족의 음식문화가 조국의 방방곡곡에서 활짝 꽃펴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문득 나는 어디선가 풍겨오는 매콤한 고추장향기에 도취되는듯한 감을 느꼈다.

/김영애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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