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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의 입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생각해보다

[온바오] | 발행시간: 2014.07.28일 08:35
우한의 40도를 육박했던 날씨가 요 며칠은 32-33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살만합니다. 33도가 살만하다고 할 때는 다 그런 이유가 있을 겁니다. 6.25 사변을 겪은 세대들이 배고픔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우리는 잘 몰랐을 겁니다. 배고픔이 주는 고통이 과연 어느 정도나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지를. 중국 우한에 살면서 저도 그런 비슷한 느낌을 가져 봅니다. 40도의 습한 무더위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33도가 주는 청량함을 알 수가 없는 겁니다.

아무튼, 세월이 오늘도 이방의 땅에서 갑니다. 후베이성 황강의 중심에도 거대한 장강의 물길이 말없이 흐르고 있는 중입니다. 인터넷을 열어보니 한국에서는 연일 유병언의 아들 유대균의 검거와 추후 조사에 대한 기사가 범벅을 이루고 있더군요. 솔직히 날씨도 만만치 않은데 매일 이런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짜증이 납니다. 특히, 이번 세월호의 참사는 해외에 살고 있는 교민들에게 조국에 대한 적지 않은 실망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번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과연 진짜로 유병언은 죽일 놈인가? 헐레벌떡 도망을 치다가 시신조차 신원을 알 수 없을 만큼 백골이 될 정도로 죽어야 할 만고의 역적인가? 아마도 현재까지는 그럴 겁니다. 제 생각에도 그 사람은 죽어 마땅합니다. 죽는 것이 사는 것 보다 나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한 번 쯤은 냉정하게 생각 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 사람을 옹호하자는 의미도 아니고, 추호도 그럴 뜻도 없습니다. 다만, 사실을 사실대로 허심탄회하게 말해 보자는 겁니다.

우선, 사고가 난 세월호의 증축 과정입니다. 선사에서도 유병언의 지시를 받았건, 아니면 자체적으로 영업의 극대화를 위해서 그랬건 간에, 증축은 선사에서 마음대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허가를 당국에서 해 주어야 하는 겁니다. 아마도 설계도면이 제출되고 심사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었을 겁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허가를 받은 겁니다.

누가 더 잘못한 겁니까? 돈을 받아먹고 허가를 내준 사람이 잘못이 더 클까요? 아니면 돈 더 벌겠다고 증축을 시도한 사업가가 잘못이 더 클까요?

그리고 마침내 세월호는 지난 4월 어느 날, 끔찍한 사고를 냅니다. 출동한 해경과 관계 기관은 허둥지둥 쩔쩔매는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헤매다가 단 한 명의 인명도 구하질 못합니다. 일단은 이런 상황에서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면, 최소한 이 시점에서도 유병언의 잘못이 더 큰가요? 유병언과 그의 가족들이 달려와서 구조를 했어야 마땅한가요? 유병언이 일부러 “언젠가는 배에 탄 사람들을 전부 몰살시키려고” 일부러 계획했다고 보이는지요? 아마 그건 아닐 겁니다. 그 인간을 두둔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을 말해보자는 겁니다.

알다시피, 유병언은 과거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의 여파로 졸지에 사업체가 풍지박산이 납니다. 그런데 검찰은 그에게 오대양 사건과 무관하다는 면죄부를 줍니다. 무관하니까 무관하다고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으면서 기적적으로 기사회생하게 됩니다. 법정관리를 자기 맘대로 한 것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법정관리 업체가 기사회생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도 아닙니다. 원래 법정관리 제도는 당장은 어렵지만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회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제도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당국은 이런 불법을 이제야 밝혀내고 있는 겁니다. 그 동안 뭘 했는지는 말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그는 그 기회를 얻었고 그리고 다시 살아난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자기가 맘대로 법정관리 결정을 내린 게 아닙니다. 무지하게 잘못된 겁니까? 물론, 계열사로부터 고문료 명목으로 월급을 받고 횡령을 했다고 합니다. 죽기살기로 회사를 살려 놓고, 비록 비정상적인 통로를 거쳐서 받았다고는 하나, 그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은 것이 죽을 정도로 잘못된 겁니까? 이런저런 명목으로 회사 돈을 횡령하는 것은 한국의 대기업 어디서도 거의 관행적으로 해 오는 수법입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입니다. 유독 이 사람만이 죽일 놈입니까?

저는 솔직히 개인적으로 구원파가 세월호 사건을 주동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개 사이비 종교집단이 무슨 원한이 있다고 배를 엎어서 사람을 죽이려는 시도를 하겠습니까?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이유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고가 난 후부터 지금까지의 사건의 수습 진행 과정을 보면 조금은 의아한 면이 있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책임을 유병언 일가가 뒤집어쓰고 있는 겁니다. 어느새 동반 책임을 져야 할 관계 당국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두 번으로 어느 정도는 면피가 된 겁니다.

마지막으로, 도망간 유병언과 가족들을 잡지 못해서 야단이 나고, 그런 그들을 너나없이 욕을 합니다. 물론, 수만명의 인원이 동원되었어도 끝내 잡지도 못하고 결국 백골이 되어 돌아 왔지만, 그 사람들이 도망간 것이 시쳇말로 아주 잘못된 겁니까? 요즘 세상에 어느 누가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려는 포위망을 아무 대책도 없이 앉아서 순순히 받아드리겠습니까? 일단은 도망을 가서 뭔가 대책을 세운 다음에 자수를 하던지, 잡혀가던지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기 혼자의 교도소 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 속한 수많은 종업원과 그 가족들도 생각을 해야 하는 겁니다. 자기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구원파 신도들도 수만 명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맹탕 검찰로 걸어가는 것도 너무 이상한 거 아닙니까?

속된말로 하자면, 중국에서는 36계 줄행랑도 손자병법에 나오는 공식(?) 전법이고 전략입니다. 수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명명백백한 전략 중의 하나입니다. 일단은 “안 받아 먹었다”고 손사래를 치고, 도망을 가고, 버티다가 검찰에 끌려왔던 사람들이 어디 한둘입니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일단 도망을 가는 겁니다. 나빠서도 아니고 잘못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아마도 사후 대책을 세우려고 도망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도망치는 사람이 죽일 놈이면 중국 사람들은 모두 죽일 놈의 후손입니까? 손자병법을 만든 사람이 최소한 죽일놈은 아닐 겁니다. 그 책은 엄연한 병법서입니다. 육사에서도 공식적으로 배우는 과목입니다.

아마도 유병언이 죽고 나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남모를 안도의 한숨소리도 많았을 겁니다. 돈 받아먹은 정치인(만약 있다면)과 허가 관청에 있는 사람들은 유병언의 죽음 소식에 얼마나 속이 시원하고 기뻤겠습니까? 여기저기에서 시신이 과연 유병언이냐 를 놓고 말이 많았지만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국과수에서 쟁쟁한 전문의들이 나서서 확신에 찬 어조로 "유병언이 틀림없이 맞다!" 는 공적인 지원사격도 해 주는 마당에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겠습니까? 혹시 국가의 세금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래저래 힘없는 백성만 이번에도 봉이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래서 가뜩이나 더워서 짜증이 나는데 더 짜증과 탄식이 나오는 겁니다. 결국 세상에는 진실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의심도 생기고, 사회 전반을 향한 불신의 벽은 점점 더 높아만 갑니다. 걱정스런 일입니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현상이 자꾸 일어나는 겁니다. 오죽하면 죽은 유병언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겠습니까!

위정자들의 능력이 부족하여 국가의 총체적인 방향은 나중에 생각한다 하더라도 이번 세월호 사건만큼은 최소한 이런 식으로 처리되고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국가가 자꾸 이렇게 잘잘못을 공정하고 명백하게 가리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다면 우리의 희망찬 미래는 없을 겁니다.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도 불신이 팽배한 사회는 곧 망가지는 것이 역사의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dw67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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