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영화 거장인 중국의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기로 확정하며 한국 배우 권상우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한·중 합작으로 제작되는 이 영화의 제목은 ‘지비 지비(擊斃 擊斃)’다. 이는 안 의사가 거사를 치른 중국 하얼빈(哈爾濱)역에 붙어 있는 현판의 글 ‘안중근격폐이등박문사건발생지(安重根擊斃伊藤博文事件發生地)’에서 발췌한 제목이다. ‘사살하다’, ‘총살하다’ 등의 사전적 의미를 지닌 단어다. 안중근의 의거를 중국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단어라 할 수 있다.
‘지비 지비’의 총감독은 영화 ‘붉은 수수밭’과 ‘국두’, ‘영웅’ 등으로 유명한 장이머우 감독이 맡고, 메가폰은 ‘사조영웅전’과 ‘대한천자’ 등 중국 유명 영화를 연출한 판슈밍(范秀明) 감독이 잡을 예정이다.
중국 현지의 관계자는 “장이머우 감독이 제작에 참여할 뜻을 밝히며 안중근 의사의 일대를 다룬 영화의 제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장이머우 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총제작을 맡는다는 것만으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장이머우 감독은 고민 끝에 한류스타인 권상우를 안중근 역을 소화할 적임자로 판단하고 러브콜을 보냈다. 권상우는 단순히 한국 드라마뿐만 아니라 중국 배우 청룽(成龍), 장바이즈(張柏芝) 등과 각각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과 ‘그림자 애인’에 출연해 중국 내에서 지명도가 높은 배우다.
지난 주 공식적으로 출연 제안을 받은 권상우는 이미 이 영화에 참여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권상우 측 관계자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측에 이미 출연의향서를 보냈다. 국가적인 영웅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감히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의미있는 작품에 함께 하고 싶었다. 장이머우 감독이라는 거장과 함께 일할 기회를 얻게 된 것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며 “조만간 세부적인 사안 등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상우 외에 장자후이(張家輝)와 장위치(張雨綺) 등 중국의 유명 배우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도성’, ‘흑사회’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장자후이는 이 영화에서 안 의사에게 저격당하는 이토 히토부미(伊藤博文) 역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중국 유명 동영상사이트인 LETV의 자회사인 러스잉예에서 제작한다. 러스잉예는 이 영화를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배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 의사 서거 104주년을 맞아 제작되는 이 영화는 온풍이 불고 있는 한국과 중국, 양국 간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공조’가 대중문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