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우융캉(周永康))는 더 이상 동지(同志)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가 30일 저우융캉(사진)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조사설 보도 의미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이미 저우융캉의 당적이 사실상 박탈당했다는 의미다.
앞서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9일 “당 중앙이 저우융캉에 대해 입안심사(立案審査)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저우융캉에 대한 조사설은 지난해부터 나왔지만 중국 당국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정치국 상무위원 출신인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역대 처음이다. 중국 정가 최대 스캔들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이날 런민르바오의 지적에서 저우융캉 사건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런민르바오는 신화통신의 보도에서 ‘동지’라는 단어가 빠지고 ‘조사’(調査)라는 용어 대신 ‘심사’라는 용어가 쓰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신화통신은 2012년 3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조사 보도 때에도 “당 중앙은 보시라이 동지에 대해 입안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런민르바오는 보시라이의 경우 조사 당시 당적 폐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번의 경우 당적 폐지가 이미 확정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런민르바오는 또 심사라는 용어는 사건의 성격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저우융캉의 죄질이 나빠 그 사건의 성격이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런민르바오는 전했다. 향후 저우융캉 사건의 불똥이 다른 곳으로 튈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저우융캉 사건과 관련, 아들과 형제 등 가족은 물론 ‘석유방’(중국의 석유산업을 주도해온 계파)과 쓰촨(四川)성내 측근 등 저우융캉 정치기반이 됐던 이들 전원이 조사를 받거나 이미 구속된 상태다.
미국의 둬웨이(多維) 등 중화권 매체들은 저우융캉 사건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정치적 승리”라고 평했다. 이번 사건이 시 주석의 정치적 권위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저우융캉 사건을 본격적인 사법개혁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를 분명히하고 있다. 당 중앙은 29일 회의를 통해 저우융캉 사건 조사를 공식화하면서 10월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의의 주제는 ‘법치’, 사법개혁이다. 둬웨이 등은 과거 중국의 4중전회는 정치적 의미가 있는 회의가 아니었지만 이번 4중전회는 그 의미가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저우융캉 사건 공개 자체가 그 동안 ‘법 위의 법’으로 불려온 공산당 내 불문율을 깨는 것이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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