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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일夜화] '조선총잡이' 이준기-남상미, 애달파 못 보겠다

[기타] | 발행시간: 2014.07.31일 09:24

[오마이뉴스 한경희 기자]


▲ '괜찮아 사랑이야' 공식 포스터.

ⓒ SBS

처음 몇 분만 봐도 누구의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작품을 만드는 이들에게는 득일까, 실일까. 어느 쪽이든 그것에 대해 두 가지 정도의 해석은 나올 수 있겠다. 개성이 있다는 것, 혹은 틀에 박혀 있다는 것. 작가 노희경과 김규태 감독, 두 사람의 경우에는 어느 쪽일까?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두 사람이 콤비를 이룬 후의 네 번 째 작품이다. 눈부시고 화사한 화면, 한껏 클로즈업된 주인공들의 얼굴, 감각적이고 빠른 화면 전환, 심오하게 들리는(?) 대사들. 아주 익숙한 이 몇 가지의 조합은 어느덧 두 사람의 작품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가고 있다.

외양은 메이저, 그러나 속은 여전한 '노희경 표' 마이너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섹스', '변태', '성기' 등의 대사들이 여과 없이 오가고, 일상의 소소한 폭력에 때로는 칼부림 장면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수많은 것들이 혼재되어 있는 느낌. 때로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보는 듯 아슬아슬하다.

드라마는 몹시 건조한 편에 속한다. 서로를 처음 만난 이들은 "나, 29세, 남자" 이런 식의 소개를 한다. 장면들도 늘어짐 없이 속속 바뀐다. 짤막한 대사들에 화면 전환까지 빠르니 무척이나 경쾌하게 느껴진다. 여기서도 물론 풀 먹인 듯 청초하게 빛나는 화사한 화면 얘기는 빠질 수 없다.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헤어짐과 만남이 오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며 속성으로 이뤄진다. 오해는 바로 풀리고 마무리된다.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관계들에는 뒤끝이 없다. 만일 일일드라마였다면 분명 몇 회(혹은 수십 회)에 걸쳐 질질 끌었을 일들이다.

화려하게 치장된 주택들, 정신과 의사와 베스트셀러 작가 등의 직업군, 세련된 차림새 등, 이 드라마의 외양은 분명 메이저의 색채다. 그러나 정서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들과 주변인들을 가리지 않고 결함 없이 완벽한 인간은 없다. 선 날 같은 외양 속에도 감춰진 아픔은 예외 없다는 식이다.

'섹스'에 관한 얘기들은 여과 없이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주인공들을 포함, 등장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른바 '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같기도 하다. '심오한 듯, 심오하지 않은, 심오한 것 같은', <괜찮아 사랑이야>는 묘한 드라마다.

노희경 표 구질함 벗고 화사해지니 '척'한다는 혐의 씌워져



▲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한 장면. 지해수(공효진 분)와 장재열(조인성 분).

ⓒ SBS

노희경은 그간의 작품들에서 늘 마이너를 말해왔다. 어둡고 복잡다단한, 밑바닥을 기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그들이 내뱉는 말들 속에는 뭔가 들어줘야 할 것 같은 얘기들이 많았고, 대부분 초라했던 인물들의 모습에는 번쩍이는 섬광 같은 그 무엇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지난 작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노희경의 색채는 변했다. 인물들은 화사하고 반짝이는 아름다운 장면들 속에 숱하게 클로즈업되고, 화면을 꽉 채운 이들의 뽀얀 입술에서는 여전히 내뱉듯 읊조리는 대사들이 흘러나오지만, 그 괴리감은 크다.

예전 같으면 귀에 쏙쏙 들어왔을 대사들은 웬일인지 아름다운 화면에 압도당해 버리고 만다. 노희경 표 구질구질함, 그 정겨움이 사라진 후의 세련된 반짝임은 어쩐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언제부터인가 노희경에게는 '척'한다는 혐의가 씌워진 것 같다. '쿨한'척, '뭔가 있는' 척, '심오한' 척한다는 거다. 인물들이 입만 열면 내뱉는 '섹스'가 지나치게 거슬리는가? 아니면 자나 깨나 '성기'를 그려대는 정신병원의 환자 이야기가 역겨운 것인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그가 하는 얘기들은 여전히 그다운 것들인데!

괜찮아, 조금 화려해졌지만 말하려는 것이 뭔지는 알겠으니까

캐나다의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 1922-1982)은 사회생활을 '표면 영역'과 '이면 영역'으로 구분한 연구를 했다. 전자는 사람들의 공식적, 양식화된 역할을 수행해내는 경우를 일컬으며, 후자는 그 상호작용을 위해 준비태세를 갖추는 경우를 말했다.

그는 이면 영역에서는 불경스러운 언행, 공개적 성적 표현, 단정치 못한 자세, 중얼거림, 소리 지름, 경솔한 행동, 음식 갉아먹기, 트림, 방귀 등의 방종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를 보면, 그 나뉨은 사회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이름으로는 위선이라 불릴 수도 있는 일들이다.



▲ '괜찮아 사랑이야' 성기만 그리는 환자와 비로소 공감대를 가지게 된 정신과 의사 공효진의 모습.

ⓒ SBS

노희경의 대사는 그 영역들의 경계를 아직은 '조심스레' 넘나든다. 그는 말한다. "섹스? 그게 뭔데? 그냥 하나의 행위에 불과한 거잖아?", "성기 그리는 거? 뭐 어때? 그냥 그림일 뿐인데". 쉬쉬하며 몰래해야 하는 얘기들은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없다. 암묵적으로 금기시된 탓에 공개적으로 했다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리기 쉬운, 그런 것들 말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얘기를 쉽게 뱉어버리는 것. 노희경의 그러한 태도가 누군가에게 '척'이라고 느껴진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섹스와 성기 등의 이야기를 마구함으로써 미국드라마를 흉내 내려 했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조금 읽은 척했든, 쿨한 척이든 잘난 척이든 적어도 <괜찮아 사랑이야>에는 들어줄만한 이야기들이 조금은 있다는 것. 그것이 요즘의 드라마들과 이 드라마 사이의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차이점이다.

그래서 나는 내심 노희경이 조금 더 '척'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그의 드라마에서 '그리고'와 더불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의 단어들이 보다 많이 들리기를 원한다. 예전에 비해 아름다워진 화면은 '표면 영역'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면 영역'일 터, 그것에 한껏 귀 기울여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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