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재판에 출석한 일부 증인들이 기억이 날 만한 사안을 “모른다”고 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등 사태의 진실 규명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담당 재판부로부터 “위증죄에 걸릴 수 있다”는 강력 경고를 받은 증인만 6∼7명에 달할 정도다.
1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세월호 재판을 맡은 형사11부 및 형사13부의 재판장(임정엽 부장판사)은 증인들에게 선서를 시키기 전에 매번 “기억나는 대로 얘기해야 한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진술이 객관적으로 거짓임이 입증되면 위증죄 처벌을 받는다.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가 있을 때는 이유를 밝히고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증인의 경우 알고 있을 만한 사항에 대해 “기억 안난다” “모른다”고 답변하거나 질문의 핵심을 외면하는 답변을 하다가 재판장으로부터 ‘위증죄 적용’ 경고를 받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지난 8월 28일 청해진해운 임직원 등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청해진해운 조모 팀장의 경우, 검사가 “간부사원들이 쓴 사직서는 누가 제안한 것이냐. 김모 팀장이냐”고 묻자 “모른다”고 두 번이나 부인했다. 이에 재판장이 “알고 있는 사항을 모른다고 하면 위증죄에 해당한다. 다른 사람 걱정할 때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검사가 다시 “사직서 내용이 동일한데, 양식을 누구로부터 받았나”라고 하자 조 팀장은 그제야 “김 팀장”이라고 답변했다.
8월 27일 세월호 선원들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청해진해운 직원 김모 씨는 화물 선적 실무자로 평소 과적 문제를 인식했느냐는 질문에 “과적보다도 선박균형의 문제로만 알았다”고 말했다가 위증에 대한 재판장의 경고를 받고서야 “조금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청해진해운의 김모 팀장과 직원 구모 씨도 8월 28일과 22일에 각각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위증’경고를 받았다.
반면 재판부는 8월 28일 증인으로 출석한 청해진해운 회계담당 김모(여) 씨에 대해서는 숨김 없이 진술한 점이 의아한 듯 “유병언 회장, 김한식 사장, 교회(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에 불리한 진술을 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임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 (진실 규명이 복잡한) 세월호 사건에서 위증을 하면 다른 사건보다 훨씬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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