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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취객 행패·대리업체 횡포·콜 전쟁… 귀가 도우미의 3重苦

[기타] | 발행시간: 2014.09.27일 10:09
강남 교보타워 직접 가보니

25일 밤 11시가 넘어가면서 서울 강남구 교보타워 일대는 유흥객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택시도 점점 줄고, 그나마 ‘빈차’ 등을 켜고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조금 더 기다리자 도로 한편에 드문드문 정차하는 승합차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대부분 노란색을 칠한 차다. 뒤에는 ‘어린이 보호차량’이라는 문구를 단 차, 비상등을 단 차도 있다. 앞 유리에는 ‘선릉’, ‘합정’ 등 행선지를 표시한 작은 팻말들이 있다. 그런 승합차들이 사거리를 지나치는 척하다 잠시 멈추자 적게는 서너 명, 많게는 열 명 정도가 우르르 내렸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주변에서 호출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대중교통 끊긴 시간에 활개치는 대리셔틀

자정 전에는 유흥객에 뒤섞여 잘 눈에 띄지 않았지만, 자정이 넘어서자 사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홀로 서서 스마트폰을 응시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어폰까지 장착한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남의 차를 몰아야 하는 그들에게 대중교통 공백 시간에는 뾰족한 이동 방법이 없다. 심야버스가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지역을 촘촘히 가는 것도 아니고, 배차 간격은 어림잡아 1시간이다. 그들이 불가피하게 불법 유료 승합차, 이른바 ‘대리셔틀’에 몸을 싣는 이유다.

교보타워 사거리의 동쪽과 북쪽은 의정부·남양주·구리 등지의 방면, 서쪽은 인천, 남쪽은 안양·수원 등지로 통한다.

대리기사들은 도착하기도 출발하기도 좋은 이곳에 막차시간 이후부터 첫차 시간 이전까지 대리셔틀을 타고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가만히 서 있는 듯하지만 머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콜을 받으면 걷거나 셔틀을 타고 손님에게, 이제 ‘종쳤다’ 싶어도 셔틀을 타고 보금자리로 향한다.

이곳을 스치는 수천, 수만명의 대리기사를 잡기 위한 틈새시장도 치열하다. 자정을 전후해 옷·신발, 휴대전화 주변기기, 끼닛거리나 간식거리 등을 파는 천막이 빼곡히 들어선다. 대출과 대리기사 모집, 통신사·보험 가입 등 상담을 해주겠다는 사람도 많다. 매일 반복되는 교보타워 사거리 일대의 밤 풍경이다.



◆대리기사 3년은 해야 할 만해

대리운전을 한 지 막 두 달을 넘긴 A씨(38)는 오늘도 손해를 볼까 걱정이다. 일단 콜을 받는 게 급선무라고 해서 대리운전 앱에 올라오는 콜을 무작정 클릭했더니 벌금만 늘어간다.

콜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앱에서는 150m 거리라 해서 가봤더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1㎞는 되는 것 같다. 실제 경로는 안중에 없이 ‘심플하게’ 지도상의 직선거리를 찍어주는 것에 아직 익숙지 않아서다. 예상보다 늦었다며 취한 손님이 난리다. ‘아직 길이 낯설어서 그렇겠지’라며 애써 자신을 다독인다.

굽실거리며 겨우 차에 올라탔더니 이번에는 요금이 문제다. “아니, 술집 사장이 1만5000원이랬는데 왜 2만원이야!”, “다른 대리는 2만원이면 가는데, 왜 이리 비싸!”, “가는 길인데 이 친구 좀 내려주고 가지” 등 실랑이도 각양각색이다. 그래도 받아들이고 출발해야 한다. 버는 돈 없이 나가는 500원에 또 속을 쓰리기 싫어서다. 며칠 전에는 취한 척하면서 1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고 줄행랑하는 손님도 겪었다.

◆요령 쌓여도 손님과 업체 횡포 시달려

대리운전 5년 차인 B씨(48)는 A씨의 이야기에 입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다. 대리운전 경력 겨우 2개월짜리가 웬 푸념이냐는 투였다. 대부분 6개월은 해야 수익이 나기 시작하고, 3년은 해야 활동범위가 넓어지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 한다.

B씨는 무엇보다 대리기사로서 곧 닥칠 겨울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A씨가 안쓰럽다. 보험료와 업체 수수료, 프로그램사 앱 사용료부터 통신비, 교통비, 식비 등을 감안하면 어떻게 그 시절을 겪었나 싶다.

월 평균 25일을 전업으로 뛰는 B씨의 월 수입은 3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만큼 각종 고정 지출 비용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노하우가 쌓이면서 예상 외 지출도 줄어든 덕에 실제로 손에 쥐는 수익은 전체의 60∼70% 정도다.

대리기사에게 손님보다 더 가혹한 것은 대리업체다. 대리업체는 대리기사 수익의 20%를 고정 수수료로 떼어간다. 수수료는 대리기사가 가상계좌에 선입금한 충전금에서 자동으로 차감된다. 대리운전과 관련된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업주들은 사업자등록상 대부분 ‘개인서비스업’으로 등록, 수수료를 챙긴다.

2년 차 대리기사인 이모(41)씨는 “최근 TV광고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대리업체가 익숙해졌지만 법적 제한이 없다 보니 한 업체가 수십개의 전화번호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대리운전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음주측정기에 의한 음주운전 단속이 처음 실시된 1980년 6월11일 즈음만 해도 대리운전의 고객은 일부 상류층이었고, 일정 업체 없이 주점별로 기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사례가 많았다.

일찍이 회식·접대문화가 발달하고 88서울올림픽 이후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는 등 여러 배경이 있었지만, 대리운전 시장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데는 IT(정보기술) 발달의 공이 가장 컸다. 1990년대 후반 TRS(주파수공용통신) 무전기 보급 확대에 힘입어 대리운전 업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 휴대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며 대리기사 또한 늘어났다. 그리고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 앱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대리기사가 더욱 늘어난 것은 물론, 대리셔틀의 운영까지 활기를 띠게 됐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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