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상하이총영사관에서 열린 '상하이 한국 어린이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사진=상하이저널
상하이 교민사회가 상하이총영사관이 개최한 음악회 때문에 술렁이고 있다. 영사관이 음악회를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을 '국제학교 학생 및 학부모'만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상하이 교민신문 상하이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상하이총영사관은 영사관 뒤뜰에 서울팝스오케스트라 40여명을 초청해 '상하이 한국 어린이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해외에 거주 중인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의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겠다는 좋은 취지로 기획됐지만 참석 대상을 '국제학교 학생 및 학부모' 400여명으로만 한정해 문제가 됐다.
교민들은 당초 상하이 한국 학생을 위한다던 행사의 목적에서 참석대상이 국제학교 학생만으로 제한한 것에 목소리를 높였으머 인터넷 교민커뮤니티 카페에는 항의 댓글이 빗발쳤다. 교민들은 해외에서 좀처럼 관람하기 힘든 공연이 열린 만큼 참석대상을 국제학교라는 특정 한 단체로 제한된 것에 허탈함을 느끼는 분위기다.
담당영사는 이같은 항의에 "국제학교 학생만을 위한 기회 불평등의 행사가 아니라 한국학교 학생은 기획 당초 17일 개천절 리셉션 기념음악회에 초대가 예정됐기 때문"이라고 답변해 초대받지 못한 상하이 로컬학교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졌다. 경제적, 교육적인 이유로 인해 자녀를 로컬학교에 입학시켰다는 어느 학부모는 “한국, 국제학교에 비해 한국문화공연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로컬학교 학생들이 정부의 관심이나 지원, 한국적인 문화 혜택이 가장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이번 일은 소외감을 넘어 위화감까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교육영사는 “로컬학교에 재학중인 한국학생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영사관에 의견을 전달해 줄 수 있는 학부모들의 단체나 모임이 없어 요구사항을 전해듣기 힘든 부분이 있다. 기회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 대답했다.
국제학교는 지난해 말 국제학교 한국학부모회가 조성된 후 영사관을 통해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 다양한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영사관은 이를 적극 반영해 지난 4월 임시정부수립기념행사를 통해 국악공연 관람 기회를 마련했고 한국학교에서도 동일한 공연이 열렸었다.
신문은 "현재 교민사회에서 논란의 요지는 ‘왜 국제학교만인가’가 아니다"며 "오래 전부터 국제학교냐, 비(非)국제학교냐로 미묘하게 갈리는 교민사회의 예민한 민심을 교민의 상황을 이해하고 돌봐야 할 영사관이 헤아리지 못한 채 편가르기 상황을 연출한 모양세가 됐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로컬학교의 고충을 전달해줄 대표 학부모와 단체가 없어 로컬학교 재학 중인 한국학생의 소외 사유가 된다는 영사관의 수동적이기만 한 모습에 학부모들은 힘이 빠진다"고 덧붙였다.
국제학교도 이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녀와 함께 공연 관람을 마친 국제학교 학부모는 “영사관 내에서 이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우리만 특혜를 누리자고 국제학교학부모회가 건의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국제학교란 이유로 눈치를 봐야 될 분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에 아예 참석을 않기로 한 국제학교도 있다.
신문은 "오케스트라단을 초청해 역대 최고의 개천절 기념행사를 열고, 우리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려던 영사관의 배려는 교민들에게 충분히 감동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며 "좋은 취지로 시작된 영사관의 안타까운 수고가 영광 대신 상처로 남아 교민들을 위한 좋은 행사가 이로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상하이 모든 한국 학생들이 함께 박수 칠 수 있는 다음을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온바오 한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