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는
바람앞에
고개 숙이는것이
아니라
하늘에 정중히
인사를
건네는것뿐이다
갈대는
오구작작 떠들어대는
개구리울음소리에
손짓하는것이 아니라
먼산의 부름소리에
아련한 눈빛으로
추파를 보내는것뿐이다
비록 그 기개
사시장철 푸른 소나무에
비길바는 못되지만
수렁이며
불모지 땅 그 어디에라도
깊숙이 뿌리 내려
눈물로 큰다
오호, 갈대는
하루종일 서걱서걱하여도
통통 뼈마디 여무는 소리
피리로 낸다
봄
딛고 선 땅우에
파아란 봄
강 건너 산기슭도
초목이 푸르다
신작로 멀리멀리
아득한 숲
바람도 잠시 저곳에서
쉬여간다
하얗게
숨쉬는
머리우 꽃구름이
급히 가고 급히 오면
가는
봄일가?
그냥
오는
봄일가?
부모
아버지는 쩍하시면
아버지 아버지의 옛이야기를
눈물로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쩍하시면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이야기를
가슴으로 하셨습니다
얼마나 그립고
가슴이 쓰라렸으면
말끝마다 정성의 그 눈부신 성에꽃이
하얗게 피였으랴
나는 이제
자식들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더는 하지 않으렵니다
아니 목이 메여
이제 더는 할수조차 없습니다
뼈를 파도 살을 파도
새벽속에 못을 박고 걸어둔 거울 한장
씩씩한 내 자식의 름름한 모습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흐뭇한 미소를
눈물로 묵묵히 읽어봅니다
/허창렬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