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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름다운 《무관심》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10.23일 09:35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술잔을 나눈후 7월의 더위를 식히려고 부근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련꽃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한 공원은 평일인데도 사람들의 흐름으로 부쩍 끓고있었다. 친구와 나는 인파로 붐비는 호수를 지나 호젓한 곳을 찾으려고 층계에 발을 올려놓았다.

《아가가, 엄마…》

문뜩 앞쪽에서 유치원생쯤 돼보이는 사내아이가 넘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분명 사내아이는 제 엄마가 와주길 기다리고있었다. 그러나 그건 사내아이의 아름다운 오산이였다. 그 애의 엄마는 목석인양 꼼짝하지 않고있었다. 엄마의 《무관심》에 별수가 없었던지 사내아이는 툭툭 엉뎅이를 털더니 스스로 천천히 일어섰다. 순간 무표정하던 엄마의 얼굴에 빙그레 아름다운 노을이 피여올랐다.

나는 분명 한편의 콩트를 보는것만 같았다. 여느 부모들과 다른 그녀의 처신에 저도 모르게 머리가 숙여졌다. 더불어 아름다운 《무관심》이란 단어가 머리속에서 선명한 륜곽으로 다가왔다.

사실 국내에선 그녀와 같은 부모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요즘 세상에서 자식들은 가정에서 《왕자》이고 《공주》이다. 부모들은 놓으면 날아갈가 쥐면 부서질가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애들을 위해 기꺼이 《머슴노릇》을 하고있다.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면서 《황제》와 《황후》로 떠받들면서 저마다 《천리마》로 키운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나 그 지극한 사랑은 오히려 애들에게 상처를 줄뿐이라는것을 우리 부모님들은 아직 잘 모르고있다.

요즘 애들은 《왕자》와 《공주》이지만 불쌍하기가 그지없다. 애들은 애들 같지 않게 영양과잉으로 때이르게 살집이 늘어나고 성조숙이 찾아들어 천진란만함을 잃고있다. 어느 한 잡지에서는 10살도 되지 않은 남자애한테 유정이 생기고 녀자애한테는 초경이 찾아왔다고 쓰고있다. 때이르게 나타난 몸의 이런 이상한 증상은 애들의 사춘기를 앞당기고 물처럼 깨끗한 동심에 이런저런 오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조숙은 애들에게 사유의 분산을 불러오고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학습에 대한 흥취를 잃게 하며 그로 해서 이런저런 심리적부담이 생기게 한다. 그들의 생활은 로봇에 못지 않다. 적지 않은 부모들이 애들을 통하여 자기의 소망을 이루려 하고있다. 그러다보니 애들은 1등을 하고 좋은 대학에 붙고 큰 사람으로 되기 위해 혀를 빼물지 않으면 안된다. 그들은 때이르게 《감방》에 갇혀 오락과 휴식을 잃고 오직 공부에만 매달려야 한다. 그러다가 기정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애들은 사막의 모래섬처럼 쉽게 무너진다.

유관통계에 의하면 해마다 청소년들의 자살행위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난다. 이밖에도 부모들의 도를 넘는 사랑으로 해서 지금 애들은 이전 애들과 달리 자주성이나 배려심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있다. 요즘 애들은 거개가 부모가 곁에 없으면 밥과 료리를 할줄 몰라서 그냥 군입질로 끼니를 때우고있으며 공공장소에서도 로약자들을 돌볼줄을 근본 모르고있다. 그런가 하면 적지 않은 애들은 돈이 하늘에서 눈이 오듯 떨어지는줄로 알고 씀씀이가 헤프고 부모나 교원 등에 대한 존경이나 감사 그리고 효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있다. 총적으로 요즘 애들은 《사랑과잉》이란 열병에 시시콜콜 시달리고있다.

누군가 사랑은 가장 아름답고 제일 귀중한 《보약》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때론 넘침이 모자람보다 못한것이다.

엄격한 스승이 참된 스승이고 엄격한 부모가 참된 부모란 말이 있다. 먹여주고 안아주고 입혀주고 간섭해서 좋은 부모가 되는것이 아니다. 현명한 부모는 사랑을 줄줄도 알아야 하지만 특히는 그 사랑을 분촌 있게 다룰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불을 끄고 쓰게 한 글이 바르지 못하자 그 즉시로 아들을 학당에 돌려보낸 한석봉의 어머니, 주위 환경이 어린 자식의 성장에 도움이 못되자 만사를 제쳐놓고 세번씩 이사를 한 맹모, 그리고 학교에서 축출된 자식이였지만 무작정 꾸중만 하지 않고 품어주고 밀어주면서 옳바른 길로 들어서서 성공의 단맛을 느끼게 한 에디슨 모친의 이야기에서 자신을 찾아보고 교양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우리는 또 국외의 실례에서도 우리의 교양방법을 반추해봐야 한다. 일본에서는 애들이 세살부터 유치원을 다니고있는데 선생님들은 햇강아지처럼 야드르르한 애들에게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고 애들 스스로 작은 책상과 걸상을 옮기도록 하고있고 이른봄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녀자애들은 짧은 치마를 입게 하고 남자애들도 한벌이라도 얇게 입을것을 강요한다. 어린이들이 유치원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처음 하는 일이 바로 신과 양말을 벗고 헐렁한 옷을 입고 운동기재들이 구전한 체육장에서 두시간동안 자유자재로 활동하는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치원에서는 어린애들이 종일 랭수를 마시고 점심은 부모가 싸준 도시락을 먹도록 하는데 기온이 20도 좌우가 되면 더는 애들에게 밥도 덥혀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이처럼 무정한 교육방식으로 애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강자존 자신의 방법을 터득하고 건실한 신체를 갖도록 한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을 보라. 하학시간이 돌아올쯤이면 학교와 유치원 대문밖에는 애들을 기다리는 자가용과 인파들로 북적거린다.

우리의 적지 않은 부모들은 왕왕 자식사랑은 무조건 사랑이라고 한다. 확실히 조건 없는 사랑은 헌신적이고 숭고한 사랑이라고 할수 있다. 허나 헌신적사랑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결과로 표현되는건 아니다.

세상엔 적당한 선이란게 있다고 했다. 그만큼 사랑도 적당한 선에서 조률을 이루어야 한다. 현명한 부모라면 사랑의 바줄을 풀줄도 알아야 하지만 때로는 차갑게 당길줄도 알아야 한다. 알고 보면 강철은 불길속에서 제련되고 거목은 광풍폭우속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온상에서 자란 꽃은 아무리 예뻐도 창밖의 폭풍세례를 받으면 순식간에 쓰러지고만다. 결국 자식교양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가?!

우리 말에 귀한 자식 매 한매 더 치란 말이 있다. 때론 지극한 사랑보다는 리성적인 《무관심》이 오히려 애들의 성장에 수분과 해빛 그리고 산소가 되어 광합적작용을 일으킬수가 있다.

부모의 직책은 고기를 잡아주는것이 아니라 고기를 낚는 법을 배워주는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아름다운 《무관심》은 어쩌면 삶의 예술이고 교육방법의 슬기로운 지혜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부모들은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자식보다도 앞으로 나름대로 개성적으로 발명, 창조, 창작을 할수가 있는 자식이 더 효자이고 성공한 자식이라는것을 알아야 한다. 일찍 로신은 《아이들을 구하라》고 말한바 있다. 그러자면 부모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21세기는 고도로 집중된 리성적세계이다. 그만큼 변해야 사는 세계이다. 이제 우리 부모님들도 사색을 키우고 행위방식을 바꾸면 어떨가? 조급정서를 삼가하고 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애들을 믿어주고 그 애들한테 자유를 주어야 한다.

아름다운 《무관심》― 그것은 관심을 포기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그것은 리성적인 판단으로서 아이를 좀더 지켜본후 행동한단 뜻이다. 지나친 사랑은 자칫하면 아이를 주대가 없는 《모두부사람》으로 만들수가 있지만 리성적인 사랑은 아이를 뚜렷한 목표가 있는 주체성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낼수 있다. 씹어준 떡은 맛이 없고 고생끝에 락이 온다는 말이 있다. 좀 힘겹고 고독하더라도 뭐든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그만큼 성공의 대안에도 하루속히 닿을수 있다.

아름다운 《무관심》, 어딘가 음지와도 같아 차갑기도 하다. 허나 찬바람속에서 매화가 오연히 웃듯 그 결실은 향긋하지 않을가? 사랑이란 결국 일으켜 세워주고 붙드는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 버틸수 있다고 믿는것이라고 했다. 이제 아름다운 《무관심》속에서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가정과 나라의 동량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보고싶다.

/맹영수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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