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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서 자라는 테러의 씨앗

[기타] | 발행시간: 2014.10.31일 08:58

ⓒAP Photo 10월22일 무장한 특수경찰들이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위).

10월22일 오전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 총성이 여러 발 울렸다. 한 괴한이 국립전쟁기념관 앞에서 보초를 서던 경비병에게 총격을 가한 뒤 국회의사당 인근까지 진격했다. 당시 국회의사당 안에는 스티브 하퍼 캐나다 총리를 비롯해 집권 보수당 의원들이 모여 있었다. 캐나다 정계의 핵심 인물들이 위기에 처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경찰과 괴한은 최소 30여 발이 오가는 총격전을 벌였다. 괴한은 사망했지만, 경찰 측에서도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괴한의 정체는 캐나다 국적의 마이클 제하프비보(32). 리비아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04년, 퀘벡 주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60일을 복역한 바 있다. 2011년에도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은행 강도를 시도하다 체포되었다. 캐나다 방송 CBC에 따르면 제하프비보의 주소지는 퀘벡 주 몬트리올이다. 제하프비보의 어머니는 몬트리올에 사는 연방정부 공무원이라고 한다.

사건 직후 트위터에 제하프비보로 추정되는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긴 소매의 검은색 상의를 입은 채 입과 코를 '카피에(아랍식 격자무늬 스카프)'로 가리고 소총을 들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며 시리아로 가기 위해 여권을 신청한 상태였다.

캐나다 경찰은 오타와 의사당 총격 사건을 제하프비보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여러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최근 개종한 제하프비보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계된 테러를 벌였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지시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주장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가 있다. 10월20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르탱 쿠튀르 루로(25)라는 캐나다 국적 남성이 퀘벡의 한 주차장에서 승용차로 군인 2명을 치고 달아나던 중 경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차에 치인 군인 중 1명은 사망했다. 루로 또한 제하프비보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지난 7월에는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기 위해 터키로 향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AP Photo 총성이 올린 직후 국회의사당 안의 의원들은 회의장 출입문 앞에 의자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경찰은 두 인물의 공통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둘 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캐나다 국적자이고, 공권력을 공격했다. 캐나다 경찰의 수사에 따르면, 제하프비보는 제3의 테러 혐의자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각각 단독 범행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캐나다에 대한 테러'의 일환으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밝힌 '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전선'에 합류하겠다고 결정한 이달 초부터 미국 주도의 이라크와 시리아 공습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허핑턴 포스트>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 전략에 캐나다가 적극 참여하고 나서면서 테러리스트의 타깃이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IS는 대변인 격인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를 통해 최근 '대(對)서구권 보복전쟁'을 천명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ㆍ프랑스ㆍ오스트레일리아 등과 함께 캐나다를 보복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는 "반IS 동맹에 참여한 국가의 불신자들은 살해해도 된다.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상관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죽여라"고 지시했다.

현재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무장 전사들은 80여 개 나라 출신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정부는 자국인 130명 정도가 해외의 극단주의 단체 소속으로 시리아 등지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산한다. 캐나다의 '테러 및 안보' 전문가 톰 퀴긴은 BBC 방송에 출연해 "상당수의 젊은 캐나다인들이 IS나 알카에다 대원이 되기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왕립산악경찰에 따르면, 캐나다 안에 있는 테러 용의자가 60여 명에 이른다. 모두 해외에서 테러 관련 활동을 벌이다 귀국한 인물이다.

오타와 사건, 서방국가에 대한 IS의 신호탄?

IS뿐 아니라 알카에다 계열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에도 캐나다인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누스라 전선에 납치되었다가 석방된 미국인 기자 테오 커티스와 맷 슈라이어를 심문한 3명이 캐나다인이었던 것이다. 캐나다인 심문자들은 두 기자의 은행 계좌번호, 패스워드, 신용카드 정보 등을 빼낸 뒤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각종 전자장비를 구입했다. 기자들의 가족에게 협박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캐나다 오타와 총격 사건은 다른 국가들에도 충격과 공포를 퍼뜨리고 있다. IS가 미국은 물론 시리아 공습에 참여한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에 공개적으로 테러 공격을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타와 총격 사건이 앞으로 계속될 IS 테러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전선'에 소속된 국가들에서는 테러 모의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영국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테러 관련 혐의로 이슬람 지하디스트 200여 명을 잡아들였다. 영국 경찰은 이번 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IS와 연계해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9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이들은 경찰서와 군부대 공격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S에 충성 서약을 했으며, 인질 참수 사진을 소지하고 있기도 했다. 지난달 영국은 '테러위험 등급'을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경찰은 지난 9월18일, 시드니, 브리즈번 등 대도시에서 IS 오스트레일리아 지역 간부의 지시로 '묻지 마 참수 테러'를 벌이려던 자국민 15명을 체포했다. 벨기에에서도 시리아에서 귀국한 지하디스트와 IS 동조자들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건물 등에 대해 여러 차례 테러를 모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5월에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유대인 박물관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한 용의자 메흐디 네무슈가 프랑스 출신의 IS 대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독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IS에 합류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로 떠난 독일인이 450명 정도다. 이 가운데 150명은 다시 귀국했다. 필리핀 유력지인 <마닐라 타임스>에 따르면, 이 나라의 IS 단체가 내년 1월에 마닐라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암살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자생적 테러리스트 가능성 높은 '외로운 늑대'들

특히 캐나다 오타와와 국경을 마주한 미국은 더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제하프비보가 지난해까지 미국을 최소 4회 방문한 것을 확인하고 그의 행적을 추적 중이다. 다른 한편 캐나다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으로 건너올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제연합전선' 소속 국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는 자국의 '외로운 늑대(Lone Wolf: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연쇄살인 등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크다고 추정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가 IS와 연계되는 것이다. 외로운 늑대들의 범죄 충동이 IS라는 노련한 '코치'를 만나면 극단적 성향의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출현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더욱이 해외에서 테러 관련 활동을 벌이다 귀국하는 혐의자들을 일일이 파악하기도 힘들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테러리즘 전문가 콜린 클라크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유럽ㆍ미국 등 서구권에 닥칠 테러 공격의 서곡이다"라고 말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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