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은 20일(현지시간) 이민개혁안을 강행한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무법자’ ‘제왕’이라고 반발하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지만 이민자들이 대규모 편입될 향후 정치지형을 고려할 때 강경 일변도의 대응은 역풍이 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 국립헌법센터는 오바마 이민개혁안 발표와 관련해 공화당 지도부가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헌법적 대응’을 소개했다.
공화당이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법원의 ‘무효화’ 판단이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최근 폭스 뉴스에 출연해 “가장 현실적인 옵션”이라며 “의회와 반하는 대통령의 독단적 결정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1789년 이후 1만3000건 이상의 행정명령 중 위법이라고 판단해 무효화한 경우는 두 차례에 불과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의회 차원에서 대통령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공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주도로 오바마 케어 등을 문제 삼아 대통령의 입법권 침해 소송을 준비해 왔기에 비교적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다. 지난 18일 베이너 의장은 미 조지워싱턴대 조너선 털리 교수와 소송 대리 계약을 공식 체결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장악한 각 주에서 대통령을 고소하는 방법도 논의 대상이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이미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고소를 경고한 상황이며 몇몇 주지사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분권의 정신을 훼손한다면 분권으로 저항하겠다’는 논리다. 이 밖에 행정명령과 관련한 예산안 처리를 무효화하는 기술적인 방해나 전체 예산안 처리 보이콧을 통한 ‘셧다운’, 탄핵 등 극단적 방안까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이민개혁안을 볼모로 잡다가 2016년 대선을 그르칠 수 있다는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날 당내 비공개 회의에서는 상원이 마련했던 초당적·포괄적 이민개혁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민개혁안과 행정명령 거부에 대해 유권자를 설득할 명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지도부의 고민은 결국 미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들과 ‘척을 지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후보의 강경 이민정책을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남은 2년간 벌일 여론전이 다음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만큼 셧다운을 포함한 자극적인 전면전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