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에게 겨울은 비타민, 특히 비타민C를 섭취하기 힘든 계절이었다. 기껏 김장 김치를 통해서나 비타민C를 보충했다.
겨울에 비타민C를 제공하는 대표 과일은 귤과 딸기다. 귤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과일이다. 비타민C가 100g당 44(조생종)∼48㎎(보통종)이나 들어 있다. 귤은 대부분 생과로 먹으므로 비타민C가 도중에 소실·파괴될 일이 거의 없다. 비타민C는 매년 10월께 출시되는 조생종 귤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는 시기에 채취한 것에 더 많다. 귤을 피부 건강, 겨울철 감기 예방, 스트레스 해소, 담배의 독성 완화에 이로운 과일로 보는 것은 비타민C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헤스페리딘이란 성분도 돋보인다.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 주는데, 주로 귤의 속껍질에 들어 있다. 고혈압·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환자에게 귤을 속껍질째 먹으라고 권하는 이유다.
귤은 익으면서 산(酸)이 적어지고 당(糖)이 많아져 신맛보다 단맛이 강해진다. 귤의 단맛은 설탕·과당, 신맛은 유기산의 일종인 구연산의 맛이다. 약간 신맛이 도는 귤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구연산이 신진대사를 촉진해 피로를 풀어 주고 피를 맑게 해 준 덕분이다.
껍질엔 비타민C가 과육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한방에선 감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말린 귤껍질(진피)로 만든 진피차를 권한다. 진피차는 식욕을 북돋우고 설사·기침·구토를 멎게 하며 이뇨(利尿) 효과를 나타낸다. 과육과는 반대로 몸을 따뜻하게 한다. 한방에서 몸이 차가운 냉증 환자에게 진피차를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과거에 딸기는 봄의 끝자락에나 맛볼 수 있는 과일이었으나 요즘은 겨울딸기가 대세다. 2006년에 제정된 ‘베리데이(Berry’s day·딸기의 날)’가 겨울인 2월 11일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겨울딸기는 봄딸기보다 맛이 더 달다. 당분 함량이 높고 신맛이 적어서다. 기온이 떨어지면 딸기가 천천히 익는다. 따라서 양분의 소모는 줄면서 당분이 축적되는 시간은 길어져 단맛이 강해진다. 또 날씨가 추우면 딸기의 신맛 성분인 유기산이 감소한다. 농촌진흥청의 조사 결과 겨울딸기의 당 함량은 봄딸기보다 최고 17%나 높았다. 반면 유기산 함량은 1월산이 4월산보다 낮았다.
서양에선 고대 로마시대부터 딸기가 건강에 유익하다고 믿었다. 우울감·의기소침·염증·열·신장결석·통풍·관절염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이롭다고 알려졌다. 민간에선 치석이 있으면 딸기주스 양치액으로 입안을 헹구고, 피부 미용을 위해 딸기를 얼굴에 문지르기도 했다.
딸기의 대표 영양소는 비타민C다. 100g당 비타민C 함량이 개량종은 71㎎, 재래종은 82㎎에 달한다. 비타민C의 하루 섭취 권장량이 100㎎이므로 딸기 예닐곱 개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딸기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유익하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펙틴이 풍부해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