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척 헤이글(68) 미국 국방장관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포린폴리시(FP) 등 미국 현지언론은 24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아프가니스탄 철군 철회, 서아프리카 에볼라 퇴치 등 주요 외교 안보 현안에서 ‘실패’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오바마 정부가 중간선거 참패 이후 헤이글 국방장관을 ‘희생양’ 삼았다고 꼬집었다.
이런 배경으로 미뤄,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오바마 정부는 외교 안보 정책에서 큰 변화를 꾀하려는 인사 보다는 헤이글 장관과 불화를 빚은, 오바마 대통령의 오른 팔 수전 라이스 백악관 외교안보 보좌관과 ‘죽이 맞을’ 인사를 새 국방 수장에 앉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IS 격퇴 문제에서 강경 태도를 주문하는 공화당의 인사 청문을 통과할 자질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새 국방장관 후보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 [사진 =게티이미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차기 국방장관은 예리한 전략적 시각과 창조적 사고 능력, 그리고 의회와의 협력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헤이글 장관 교체로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도전, IS의 위협 대처 등 새로운 많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각을 세웠다.
미국 언론들은 미셸 플러노이(53)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을 펜타곤 수장 후보 1순위로 꼽고 있다. 만일 그가 임명되면 미국 역사상 첫 여성 국방 장관이 탄생한다.
오바마 집권 1기에 활동한 그는 ‘매파(강경파)’ 자문으로 분류됐다. 이라크전 종전, 아프가니스탄 군에 활력 부여, 국방예산 삭감 등에 관여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외교안보 보좌관. [사진 =게티이미지]
AP통신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해 온 그는 존 바이든 부통령과 아프간 파병 규모와 비공개 회동에서 소신 발언을 하고, 종종 강력한 대처를 제안했다.
또 국방차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언젠가는 정부로 돌아오고 싶다는 의중을 자주 비쳐, 오바마 2기 내각 출범 때도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됐다.
이럴 경우 우유부단한 외교정책 때문에 ‘햄릿’으로 불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존 케리 국무장관에다, 수잔 라이스 외교안보 보좌관과 미셸 플러노이 국방장관 등 2명의 여성으로 짜여지게 된다.
이밖에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후보군 중 한명이던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 주지사)은 국방장관직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헤이글 대체 인사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전쟁을 더 밀어붙일 수 있는 누군가가 될 것이다”고 했다.
후임이 누가되든 중국과의 동북아 패권전쟁, 신냉전 직전인 러시아와의 갈등전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NBC방송은 “헤이글의 사임은 정책과는 크게 관련이 없으며, 개인사와 타이밍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잔 라이스 외교안보 보좌관과의 개인적인 불화로 헤이글 장관이 낙마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린폴리시(FP)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가안보팀은 늘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반영한다. 만일 대통령이 지난 2년간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변화를 하고자 한다면, 내각 장관이 나가고 들어오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며 “척 헤이글을 자리에서 없앤 건 오바마 팀 내부의 진짜 문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제스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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