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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스타 4’는 무엇을 위해 심사하는가

[기타] | 발행시간: 2014.12.08일 09:03
아이즈 ize 글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역시 SBS <일요일이 좋다>의 ‘K팝스타’였다. 전성기가 지나도 한참 지난 서바이벌 프로그램 포맷이지만 첫 번째 에피소드 방송 직후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런데 그 열기를 지핀 것은 반짝이는 원석들이 아닌 물음표를 부르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었다. 다니엘 파우터의 ‘Free Loop’을 차분히 부르던 첫 번째 참가자 홍찬미에게 박진영은 손을 들어 멈췄고 “노래가 구름처럼 떠서 머리 위로 지나가 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양현석의 “나쁘게 표현해서 지루하다”는 평이 이어졌다. 반면 홍찬미와 대랍각을 이루며 그날의 피날레를 장식한 이진아에게는 “전 세계적으로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다”(박진영), “꿈꿔왔던 여자 뮤지션의 실체를 여기서 본 것 같다”(유희열)는 극찬이 쏟아졌다. ‘인디’라는 단어로 어렵지 않게 묶일만한 두 사람에 대한 평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진아의 음악을 ‘듣도 보도 못했다’고 하기엔 하키 등 한국 인디 뮤지션들과 카히미 카리, 미네카와 다카코 같은 일본 아티스트들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활동해오고 있지 않나. 거기에 “(참가자가) 기타를 들고 나오면 불편한데 키보드를 들고 오면 일단 좋다”나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노래 같은) 그루브가 없는 음악은 잘 못 듣는다”는 다소 경솔한 발언들이 기름을 부었다.

그래도 유희열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K팝스타’의 한 축이던 SM엔터테인먼트가 빠진 자리를 특유의 친화력 높고 사려 깊은 자세로 파고든 자칭 ‘중소기획사’ 안테나 뮤직의 대표. “저런 노래를 콘서트에서 스무 곡 부른다고 생각해 보라”는 양현석의 일침에 “우리 회사 뮤지션은 다 그렇다. 그런 음악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자신 있게 와일드카드를 사용하는 소신남.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K팝스타 4’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 역시 그의 입을 통해 나왔다. 시즌 4 첫 번째 와일드카드의 주인공 홍찬미에게 유희열이 했던 말. “다른 심사위원 분들의 말을 잘 새겨들어라. 하지만 굳이 따르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다른 심사위원들의 면을 세우면서도 자신의 의견도 부드럽게 관철시키는 신의 한 수. 그러나 그 이야기가 울려 퍼지는 곳은 다름 아닌 그 심사위원들의 말을 ‘따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심지어 그 회사 특유의 트레이닝 시스템을 받는 것을 가장 큰 메리트로 내세우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마치 자원입대한 병사가 부대원들을 불러 모아 ‘전쟁이란 나쁜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비인간적이며 몰상식한 행위입니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허망한 메아리다.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무한한 존중과 그를 서열화 시키지 않고는 존립이 불가능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양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대상이 대형 기획사를 앞세워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던 ‘K팝스타’라면 더욱 그렇다. ‘K팝스타’가 K-POP, 구체적으로는 ‘아이돌팝’의 최전선에 선 기획사들과 손을 잡고 스타 연습생들을 배출해 보겠다는 패기가 돋보였던 시즌 1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명확한 제작 의도와 방향성, 그에 따르는 촘촘한 기획과 연출이 낳은 결과였다. 지금 ‘K팝스타’는 심사위원이 영향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좋은 음악'에 대한 존중을 함께 가져가려 하면서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논란거리가 되곤 하는 심사위원들의 평과 그것을 증폭하는 자막이 애써 봉합하려 할 뿐이다.

박진영이 재능 있는 참가자에게 버릇처럼 건네는 “이 사람은 우리가 평가할 대상이 아니”라는 찬사 아닌 찬사는 단순한 비유가 아닌 ‘K팝스타’가 처한 진퇴양난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뼈아픈 한마디다. 평가를 하고 트레이닝을 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에서 평가 대상이 아닌 이들일수록 극찬을 받게 된다. 버나드 박, 샘 김, 한희준 등이 화제를 모았던 시즌 3에서 유희열이 유독 빛날 수밖에 없었던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유희열만이 심사위원 가운데 그들의 음악성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해 온 선배이자 레이블 대표이기 때문이다. 심사위원의 발언이 출연자를 띄운 동시에 논란도 일으킨 시즌 4의 몇몇 순간들은 이런 불안요소가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지금 ‘K팝스타’에 필요한 건 단순한 화제성이 아닌 프로그램의 의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고민, 그리고 그 분석결과에 따른 발 빠른 대응과 변신의 노력이다. 극찬을 받은 출연자를 향한 대중의 공감대가 사라지고 심사위원의 권위가 흔들리는 순간, 프로그램은 존재가치를 잃는다. 경쟁 프로그램인 Mnet <슈퍼스타K 6>가 암흑의 시즌 5를 딛고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은 잡다한 것을 다 거둬내고 ‘매력적인 싱어송라이터의 발굴’ 같은, 그들이 추구하는 뮤지션의 목표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지금대로라면, 대형 기획사의 수장들을 기세 등등 앉혀놓고 ‘나보다 잘하든가 우리 회사보다 돈이 많든가’ 으스대던 ‘K팝스타’ 초기의 패기가 차라리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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