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선 로제타 내년 2월 혜성에 6㎞ 까지 접근
[CBS노컷뉴스 감일근 기자]
필레가 67P 혜성에 착륙하는 개념도 (사진=ESA)
지난달 중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혜성에 착륙한 뒤 며칠 만에 배터리 부족으로 오랜 숙면에 들어간 필레가 머지않아 잠에서 깨어날 것으로 보인다.
필레는 지난달 모선인 ESA(유럽우주국)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에서 분리돼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Churyumov-Gerasimenko:67P/C-G) 혜성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착륙 과정에서 몸체를 혜성 표면에 고정시키는 작살이 고장 나 두 차례 튕겨져 올랐고, 이로 인해 당초 예정됐던 위치를 벗어나 착륙했다.
착륙지는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그늘진 곳이었고, 태양전지를 충전하지 못한 필레는 배터리가 방전돼 작동을 멈췄다.
필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ESA 과학자들은 필레가 착륙한 지점이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여름을 향하고 있어 .세탁기 크기의 필레가 머지않아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레의 수석 과학자인 장 피에르 비브링(Jean-Pierre Bibring)은 17일(현지 시각) 미국 지리물리학회 연례 모임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관적으로 보면 내년 3월, 낙관적으로 보면 이보다 빠른 시기에 필레가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시기는 전적으로 필레가 착륙한 지점의 일조량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3월 중순까지는 깨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필레가 수면에서 깨어날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것은 필레의 착륙 위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혜성 궤도를 돌고 있는 모선 로제타의 카메라를 이용해 필레의 위치를 추적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로제타가 지난 12일부터 14일 사이에 촬영한 영상이 현재 지구에 전송되고 있고, 이 사진을 통해 필레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낙관하고 있다. 만약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필레의 착륙지점을 찾게 된다면 필레가 잠에서 깨어날 시간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필레의 예정지를 벗어난 착륙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 필레가 착륙지점에서 보내온 데이터에는 연구진이 찾기를 간절히 희망했던 유기물이 이미 발견됐다.
또 현재 혜성이 태양 가까이 접근하는 상황에서 그늘진 착륙지는 태양열로부터 필레를 보호하는 효과를 얻게 돼 작동 시간이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될 수도 있다. 67P 혜성은 내년 8월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예정이다. 이때 혜성은 1.2AU(천문학 단위: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로 약 1억 5,000만㎞이다)까지 태양에 접근한다.
연구진은 당초 예정했던 착륙지의 경우 완전히 개방된 지역이기 때문에 태양과 가까워지는 내년 2~3월이면 고온으로 작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현재의 위치가 그늘진 곳이어서 작동 시간이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필레의 모선인 로제타는 내년 2월 67P 혜성에 6㎞까지 접근할 예정이다. 이때 로제타는 1픽셀 당 수㎝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해 지구로 전송할 예정이다.
또 내년 7월에는 로제타가 혜성의 제트 속을 비행해 제트의 성분 등을 분석한다.
로제타는 지난 2004년 발사돼 올 8월 67P 혜성의 궤도에 도착했으며, 지난달에는 착륙선 필레를 분리해 혜성에 착륙시켰다.
stephano@cbs.co.kr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