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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2년 내 회복” 외치지만 디폴트 재발 위기감 고조

[기타] | 발행시간: 2014.12.21일 03:02

러시아 경제가 심상치 않다. 서방의 경제제재와 주요 수출품인 석유 가격 폭락으로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1998년 경제위기의 재발마저 우려된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경제가 회복되고 루블화 환율도 안정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AP=뉴시스]

‘21세기판 러시아 차르(황제)’라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병합에 대한 후폭풍으로 서방의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폭락하는 바람에 자원대국 러시아의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추락하고 인플레이션 공포로 사재기가 확산되고 있다. 4중고를 겪고 있지만 러시아는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연말 기자회견에서 최근 금융 혼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외환보유액을 한꺼번에 풀어 직접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는 것보다는 기준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그쳤다. 또 “아직 419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있어 국제유가가 40달러까지 하락하더라도 버틸 수 있다”며 “향후 2년 안에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낙관적인 전망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 그의 태도는 서방의 경제제재가 시작된 지난 4월과는 사뭇 달라졌다. 서방의 제재에 강력히 대처하고 러시아 경제에 자신감을 표시했던 모습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4월 그에게는 석유 수출로 확보한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이 뒷심으로 작용했다. 웬만한 서방 제재에도 상당 기간 견딜 만한 재원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올 들어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60%나 빠졌다. 이로 인해 외환위기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던 1998년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루블화 폭락을 막기 위해 외환을 투입하다 보니 외환보유액도 1년 새 900억 달러나 줄었다.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루블화 방어를 위해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이례적으로 10.5%에서 17.0%로 대폭 올렸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유가 100달러로 예산 책정해 타격 심각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의 추락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 재정수입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은 절반을 차지한다. 러시아의 경우 배럴당 적어도 90달러가 돼야 재정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 예산 책정 때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로 예측했다. 하지만 현재 유가는 6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정책연구기관인 애스펀 인스티튜트의 월터 아이작슨 최고경영자(CEO)는 “푸틴 대통령이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내년도 러시아 경제의 앞날은 더욱 암울하다. 전문가들이 국제유가가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귀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추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해야 하는데 과거의 사례를 볼 때 감산 합의에는 최소 1년이 걸린다”며 “유가 60달러를 견뎌낼 수 있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뿐”이라고 말했다. 유가의 추가 하락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미다. 경제 위기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러시아 정부도 이를 인정했다. 알렉세이 베데프 경제차관은 이달 초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유가 하락이 원인 중 하나”라며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당초 내년 성장 목표치는 1.2%였다. 심지어 러시아 중앙은행에서는 유가가 6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내년도 성장률이 -4.5%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서방의 대립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방이 러시아를 더욱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의 크림 반도와의 무역은 물론 이 지역에 대한 투자와 금융 지원을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크림 반도에서 활동하는 미 기업은 제재를 받게 된다. 유럽연합(EU)도 20일부터 회원국 기업들의 크림 반도 투자와 관광상품 판매를 금지시켰다. 캐나다도 러시아에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과 관련된 장비의 수출을 금지하고, 러시아 일부 정치인과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자의 캐나다 입국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20일 성명을 통해 “미국과 캐나다의 조치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 등은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일 경우 양측의 대립이 더욱 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위기, 한국엔 영향 미미”

러시아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여전히 80%를 웃돌고 있다. 외신들은 “이는 대다수 국민이 서방이 푸틴 정권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푸틴 대통령으로서도 민심을 다독거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는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2012년 집권 3기 출범 때 밝혔던 국방·교육·보건 등과 관련된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의 경제난은 크림 반도를 병합한 대가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러시아가 하나의 민족과 국가로서 존재하기 위한 노력의 대가”라고 강조했다. 비난의 화살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도 돌렸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나토가 동진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와 서방 간에 불신의 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A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경제제재를 자신의 인기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온 만큼 최근 위기도 외부에서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위기가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한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하나대투 연구원은 “원유 등 원자재 수출국과는 달리 한국·대만 등 수출 위주의 제조업 국가들은 여전히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가들은 경상수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선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외환위기가 재발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금융권에 대한 직접 피해는 13억6000만 달러 정도이며 무역 부문에서도 자동차와 관련 부품에 그 영향이 한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중앙SU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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