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변은애(19·여)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로계약서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시간당 최저임금 이상의 아르바이트비도 받은 적이 없다.
첫 아르바이트는 고3 수능 이후 미스터피자 체인점에서 시작했지만 얼마 안 가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일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간 일한 아르바이트비를 손에 쥔 후 최저임금보다 낮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넌 수습이었다”는 답을 들었다.
지난해와 올해 편의점에서 일할 때도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고, 모두 최저임금 미만의 아르바이트비를 받았다. 1년 사이 최저임금이 시간당 4860원에서 5210원으로 올랐지만 아르바이트비는 시급 4200원으로 같았다. 주말 저녁에 일을 했지만 수당을 더 받지도 못했다. 올해 일했던 세븐일레븐 점주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하면서도 “다른 데보다 많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동네 마트에서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받고 있지만 쉽게 항의할 생각은 하지 못한다. 따지는 순간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씨는 26일 “근로계약서나 최저임금을 요구하면 안 뽑아주는 곳이 많은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입장에서 이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알바노조’에는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아르바이트 종사자 피해 상담이 매달 100건 정도 이뤄진다. 변씨와 같은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및 수당 미지급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는 대표적인 불법 유형이다.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맥도날드에서 1년 넘게 일했던 이가현(22·여)씨는 지난 9월 점장으로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동료들이 이씨의 ‘알바노조’ 활동을 불편해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씨는 올해 5월 맥도날드가 시급을 적게 주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일찍 보내는 ‘꺾기’를 하고 주휴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근무표를 조작한다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바이트 종사자에 대한 폭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담 사례 중 한 편의점 점주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에어컨 온도를 마음대로 조절했다며 전기세가 일정액을 넘으면 책임지라고 폭언한 사례도 있었다. 수습 기간을 둘 경우 1년 이상 장기 고용해야 하지만 근로계약기간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임금을 줄이기 위해 뒤늦게 수습기간이라고 둘러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계약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초과 근무를 강요하고, 근무시간과 업무를 업주가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고 체불하는 것도 알바노조의 단골 상담 사례다.
롯데호텔 뷔페식당에서 일했던 김영(22)씨는 84일간 근로계약을 매일 갱신해야 했던 경우다. 매일 초단기 근로계약서를 쓰고 주 47시간 일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 측은 상시 채용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커 어쩔 수 없고, 다른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지만 회사는 행정소송까지 포함해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프랜차이즈나 일반 기업이 영업시간을 비롯한 관련 규정은 꼼꼼히 따지면서도 유독 고용 환경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며 “같은 종업원임에도 아르바이트라는 용어가 붙으면 쉽게 자르거나 막 대해도 상관없다는 사회적 인식도 큰 문제”라고 밝혔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