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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부정할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12.30일 01:34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셸리 케이건 특별기고

죽음은 그렇게 빨리 극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조건에 관한 가장 본질적인 사실(태어나고 죽는다)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죽음에 대한 제일 일반적인 태도(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영원한 삶을 바라는 욕망) 또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죽음이 극복되지는 않겠지만 미뤄질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 의학이 충분히 진보해, 인간이 지금보다 40년, 60년, 또는 80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미래에 올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변화일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이는 질병으로 인한 때 이른 사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80세까지 살면 장수를 누렸다고 본다. 그런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80세까지 살면 장수했다고 간주한다. 120년, 140년, 160년 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면,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죽음이 이렇게 늦춰지면 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다. 우리 대부분이 육아를 하느라 성인으로서의 삶의 거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이런 사실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80년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여성의 가임 기간이 현재보다 두 배에서 세 배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래서 자녀를 지금보다 2-3배 더 많이 낳는다면 인구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녀를 두 명 정도만 낳는다면 육아 기간이 성인으로서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보다 월등히 줄어들 것이다(지금은 40%라면 미래에는 16% 정도). 그렇게 되면 우리 인생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의미가 확 줄어들까? 아니면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그리고 현조부모 등등)의 역할이 현재와 다른 새로운 의미를 띄게 될까? 지금으로써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는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늘어난 수명이 인간의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비슷한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늘어난 시간은 어떻게 쓰이게 될까? 은퇴 이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까? 하지만 지금도 노후 자금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은퇴 이후 지금보다 80년을 더 살기 위해 충분한 금액을 저축할 수 있을까?


셸리 케이건 교수그렇다면 80년을 더 일해야 한다는 뜻일까? 하지만 지금도 은퇴만을 기다리며 억지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80년을 더 참고 일할 수 있을까? 게다가 현재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100년 동안 같은 일을 하라고 하면 지루함을 느낄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직업을 바꿀 것이다. 한 50년 동안 어떤 직종에 종사했으면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제 2의 (혹은 제 3의) 커리어를 갖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권태라는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그 누가 70살이나 80살에 말단 사원으로—초봉을 받으면서—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려고 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적응력은 실로 놀랍다. 다양한 사회제도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지금은 예상할 수도 없는 진기한 사회제도들이 생겨나더라도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평균 수명이 80년 늘어났는데 사회가 그대로이고 우리의 삶도 지금처럼 똑같이 영위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적어도 버리자.

철학자로서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생물학과 의학이 아무리 비약적으로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육신은 언젠가는 못 쓰게 될 것이다. 미래에는 이식할 장기를—아마 전신 모두—인공적으로 배양할 수 있게 된다고 상상해보자. 이렇게 되면 죽음은 한층 더 미뤄질 수 있다.

그런데 두뇌는? 아무리 건강한 두뇌도 언젠가는 고장이 날 것이다. 두뇌까지 고장나면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두뇌까지 전신을 이식 받으면, 영원한 삶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두뇌도 이식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A라는 사람의 두뇌가 노화돼서 제 능력을 다할 수 없게 되면, 과학자들은 A의 기억, 신념, 목표, 욕망 전체를 컴퓨터에 업로드 한다. 그런 다음, 이 모든 콘텐츠를 새로 이식할 두뇌에 다운로드 한다. 두뇌 이식 수술을 받고 깨어나면, A는 수술을 받기 전과 똑같은 생각, 희망,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죽음을 아주 많이 미룰 수 있게 됐다는 뜻이 아닐까?

사실 이 문제는 답하기 굉장히 힘든 질문일 수 있다. 현대 철학자들은 한 인간의 정체성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이상학적 전제조건이 필요한가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 인간이 이 순간에서 저 순간으로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수술대에서 일어난 사람이 병원으로 걸어들어간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수술대에서 깨어난 사람은 ‘복제판’에 불과하다고 본다. 자신이 수술 받기 전 인물과 동일인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슬프게도, 병원으로 걸어들어간 사람은 수술대 위에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낙관적인 견해에 초점을 맞춰서, 수술대에서 깨어난 사람이 병원으로 걸어들어간 사람과 동일인이라고 결론을 내려보자. 그렇다면 죽음은 그저 미뤄진 것을 넘어서 극복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식을 받고 또 이식을 받으면, 영원히 살고 싶다던 인류의 오랜 욕망이 마침내 실현되지 않을까?

아니, 그런 식으로 인류의 불멸이 가능할 것 같진 않다. 언젠가 태양이 빛을 잃으면, 인류를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도 종말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늦출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는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창간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집 기사를 기고한 셸리 케이건은 예일 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케이건 교수가 2012년 출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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