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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스카프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01.07일 12:57
퇴근준비를 하며 귤빛 롱스카프를 두르면서 참 예쁘다는 생각에 얼른 거울을 쳐다보았다. 깜장블라우스에 신통히 어울리는 롱스카프는 하루 일을 열심히 했다며 칭찬하는듯 가을해살처럼 찬란하다. 동료들이 고개 돌려 스카프에 눈길을 보내며 바라보는것 같았다. 퇴근해서 백화점을 나서 몇발자국 걸으니 아! 벌써 바람에 펄럭이는 스카프의 미묘한 흔들림―《세상일 어디 혼자 해 되는것이 있겠느냐, 서로 같이 나처럼 어울리며 사는거야.》하고 말해주는상싶었다.

스카프는 걸음마다 흔들린다.

나 또한 흔들린다. 바람아, 불겠으면 불어라. 흔들리는것은 생명의 표징, 아직 살아야 할 리유가 있기때문이다. 그와 나 바람이 불어 흔들리지만 쉽게 부러지지는 않을것이다. 바람결에 하늘하늘 스카프의 부드러움과 30년 함께 한 나도 휘여질줄은 조금은 아니깐…

움직이면 살랑살랑 날리는 스카프는 생머리 청순함을 강조해온 나에게 또 하나의 생머리가 아니였을가. 구석진 곳에서도 밝고 화사하게 나를 빛낼수 있었던것은 보석같은 《삶의 액세서리―스카프》가 있었기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류별나게 스카프를 좋아했다. 고양이 목에도 강아지 목에도 많이 매여주었다. 가릉가릉 그 소리가 좋아서 고양이를 안고 자면서도 왼손은 나긋한 스카프를 매만진 기억이 난다. 먹을것 입을것 귀하던 그 시절, 스카프 한장만 있어도 얼마나 좋던지, 방한도 하고 멋도 피우고… 양식 없는 이전의 단조로운 옷에 그래도 스카프란 서정이 있어 녀성스럽지 않았나싶다.

집주변 외출때에도 나는 가끔 패션에 자신이 없을 땐 스카프를 잘 리용한다. 대충 휘감은듯 자연스럽게 목둘레에 넉넉하게 감아주어 밋밋한 옷차림에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스카프를 무심한듯 턱하니 걸치기만 해도 어쩐지 멋스럽다. 내 뚱뚱한 부분은 가리워주고 날씬한 부분은 강조해주었다면 거짓말일가?! 바람에게서 배웠다는 집착하지 않는 여유로 복닥거리는 세상도 느슨히 받아들일줄 아는 스카프는 미움보다는 사랑으로 아름다움을 휘날리며 나긋한 몸짓으로 꽛꽛한 세상을 감싸주고있다.

야들야들한 몸을 거치른 세상에 맡기는 그 눈빛에 세상이 더 유연해지는듯하다. 스카프를 내내 두르면 스스로 성격이 부드러워지는건 아닐가?!

스카프! 그것은 삶이며 예술이다. 또 철학이라면 너무 과분할가.

내게 있어서 스카프는 첫사랑이고 열정이고 멋이고 그리움이고 익숙하지 못한 첫 키스의 부끄러움이고 달콤함이며 삶의 지혜였다. 그해 엄마는 가마니를 팔아 백이십원을 주면서 《그래도 집간이나 어떻게 해놓고 사는가》 가보라고 했다. (그때 나는 전해 봄에 약혼은 했지만 그 총각의 목에 상처자욱이 있어서 많이 흔들리고있었음.) 하여 가봤다는게 룡정 아니면 연길이였던 시골처녀는 심양시에서 산다는 그를 찾아떠났다.

심양 남쪽역에서 내리니 약속대로 그 총각은 마중나왔다. 작년봄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외겹눈에 반양머리였고 목에는 상처자욱이 있었는데?… 총각은 나를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며 오느라고 수고했다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약혼한 그 남자 같지 않았다. (목의 허물은 스카프를 둘러서 그렇고 눈은 쌍겹눈 하였다치고 반양머리는 어떻게 폈을가?)

《제가 너무 변해 알아보기 힘들지요?》

그는 목에 둘렀던 스카프를 풀었다. 목의 큰 허물, 정말 내가 약혼한 총각이 옳았다. 순간, 대담성과 성실성에 감동받은 나는 마음속으로 그가 둘렀던 곤색스카프보다 더 넓고 예쁜 《마음의 스카프》로 그의 아픈 상처를 감싸주리라 다짐했다. 우리는 인츰 일년만에 만난 어색함을 뒤로하고 물만두음식점으로 들어갔다. 헌데 식사하면서도 그는 그냥 스카프를 두르고있었다.

《시원하게 스카프를 풀고 잡수세요. 전 괜찮아요. 그 허물이 좋아서 약혼했는데요.》

나처럼 활발한 처녀는 처음 보았는지 그는 내심으로 웃음을 참는것 같았다.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스카프를 풀었다.

《철이 들어서부터 저는 지금까지 사계절 늘 스카프를 두르고 다녔지요.》

《그럼 이제부터 풀고 다니세요. 그냥 스카프보다 더 부드럽고 아늑한 내 〈사랑의 스카프〉로 당신의 모든 허물을 감싸줄게요.》

스카프에 묻힌 남자의 자존심이랄가. 아마 그는 아팠던 자리, 결핍같은것을 스카프속에 감춰놓고 내놓지 않았을것이다. 그에겐 스카프는 정말 소중한 존재임에야! 나도 그에게 그런 소중한 스카프가 되길 원했다.

스카프는 너무 좋았다. 망설임도 스카프가 풀어주었고 어쩌다 만난 어색함도, 사랑의 언약도 스카프가 펼쳐주었다. 김이 몰몰 피여오르는 물만두도 스카프의 격정을 감히 달래주지 못했다. 우린 물만두를 맛나게 먹고 자전거에 함께 앉아 그의 집으로 향했다. 한참 달려 싼타이즈 정원으로 왔을 때 우리는 잠간 잔디밭에서 휴식했다. 그는 뒤로 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웃으며 나에게 건네주었다.

《뭐예요?》

《선물, 우리의 이 시간을 묶어둘수 있는 선물이요.》

예쁘게 포장된 도톰한 칠색줄무늬 《게도(털실)스카프》가 들어있었다. 그는 서툰 솜씨로 나에게 둘러주었다.

《그냥 이렇게 감싸주고싶었소》

더 말해 무엇하랴! 나의 어깨는 이미 그의 두팔에 감겨져있었다…

스카프는 열정과 사랑과 그리움의 상징이며 뽀송뽀송하고 울긋불긋한 예술이였다. 결혼생활 30년―스카프는 이래저래 내 사랑이였다.

원래 스카프를 좋아하던 나는 이런 연유로 더더욱 스카프를 좋아했다. 외출직전이면 늘 나에게 《스카프를 안 치오?》 하고 물어오던 당신이였다. 노란 바바리코드의 깃을 올리고 당신과 다정히 황포강 란간에 서서 날리던 남색 스카프를 나는 영원히 잊을수 없다. 날리는 스카프의 끝자락이 예쁘다며 우리의 삶도 끝자락이 아름다왔으면 좋겠다던 당신, 당신은…


/오경희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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