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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라진 교정의 동음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01.07일 13:10
내가 살던 고향마을에는 제법 큰 소학교가 있었다. 명절이나 휴식일이면 나는 고향마을로 놀러 가군 했다. 그때마다 학교 뒤뜨락 강뚝에서 허리를 쭉 펴고 산책했다. 아침이면 맑은 종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퍼지고 학교주변과 강뚝에는 버드나무, 느릅나무, 백양나무들이 촘촘히 늘어서 그 풍경이 푸른 강물과 어울려 그야말로 아름다왔다.

한번은 강뚝에서 산책하는데 교실에서 아이들의 글읽는 소리가 랑랑히 들려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귀담아들었다. 그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다. 마치 양철지붕에 비가 쏟아지는 소리같기도 하고 바다에서 썰물이 나가는 소리같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베토벤의 교향악 제5악장을 듣는듯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동음(童音)이다. 오직 애들한테서만 들을수 있는 생명의 소리요 평화년대의 행복의 소리였다. 그리고 미래로 달리는 꿈의 멜로디요 희망의 소리였다…

숙명이라고 할가. 나는 후에 또 소학교옆에 집을 샀다. 휴식시간이면 운동장에서 뛰노는 애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마치 아름다운 음악소리 같았다. 나의 마누라는 낮잠을 자는 습관이 있는데 잘 때마다 짜증을 부렸다.

《아이구, 저 애들 소리때문에 도무지 잠잘수 없네.》

《그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소?》

《당신은 정말 잘못된것 같구만?》

《저 소리가 바로 진정한 음악소리란 말이요. 생명의 률동이요 평화를 상징하는 소리란말이요. 이 세상에 저 소리가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겠소. 당신같은 사람은 아무소리도 없는 사막에서 살아야 하오.》

침대에 누워있던 마누라는 밸이 꼬였던지 발딱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당신 내가 사막에서 살면 좋겠슴둥?》

《그러길래 아무말도 하지 말구 저 귀맛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나 푹 자란 말이요.》

《아이구, 저렇게 떠드는데 어떻게 자겠슴둥? 빨리 조용한 곳으로 이사를 가야지》

……

금년봄에 나는 또다시 고향마을로 향했다. 인젠 부모님도 없고 옛집도 없는 고향마을이지만 너무 그리워서 또 찾아갔다. 나는 마을 학교 뒤뜨락 강뚝에서 뾰족뾰족 돋아나는 나무잎을 흔상하면서 거닐었다. 그러나 왜서인지 귀맛 좋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학교 전체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한시간 반이나 너럭바위우에 앉아있었지만 학교부근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대체 웬 영문일가? 혹시 오늘이 휴식일인가? 인츰 스마트폰을 켜보니 분명히 수요일이였다. 나는 강뚝에서 내려와 학교부근으로 향했다. 도중에 고개 숙이고 묵묵히 봄나물을 캐고있는 한 할머니와 마주쳤다.

《할머니, 오늘 이 학교에서 휴식함둥?》

《예, 인젠 영원히 휴식할게꾸마.》

《아니, 영원히 휴식하다니? 그건 무슨 말씀임둥?》

《학생이 없는데 휴식하재쿠 뭘 하겠슴둥? 작년에 벌써 학교가 문을 닫았스꾸마.》

말을 마치자마자 할머니는 광주리를 들고 학교앞 양어장쪽으로 허리를 구부정하고 어정어정 걸어갔다.

나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말았다. 그 자리에 한동안 돌처럼 굳어져버렸다. 매체를 통해 농촌학교가 하나둘씩 페교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나의 고향 마을 학교도 페교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긴 나의 고향마을은 300여호나 되는 큰 마을이고 또 주변에 마을들이 많았기에 고향마을의 학교는 절대 페교될수 없다고 단정했기때문이였다.

헌데 이게 웬 일인가? 이 큰 학교가 다 페교되다니? 기가 막히고 눈앞이 캄캄했다. 나는 교실안을 들여다보았다. 교실안에는 책걸상이 여전히 그대로 놓여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없었다. 귀맛 좋은 동음이 더는 다시 울려나오지 않았다. 그럼 이대로 영원히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들을수 없게 되였단 말인가? 혹시 앞으로 이 학교에서 또다시 아름다운 동음이 울려나오기를 두손 모아 기대하면서 무거운 심정으로 교문을 나섰다.

/오인범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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