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 사진=AFPBBNews=뉴스1
그리스 총선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41)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압승한 가운데 치프라스 대표가 내건 공약의 이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 현지 매체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2분 개표가 99.51% 진행된 상황에서 시리자는 득표율 36.35%를 기록, 전체 300석 중 149석을 확보했다.
과반수인 151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기존 여당인 신민주당(득표율 27.80%, 76석)에는 크게 앞섰다.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과 중도좌파정당 토포타미는 각각 17석을 차지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승리가 확실시되자 치프라스 대표는 "트로이카(EU집행위·유럽중앙은행·IMF)의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의 승리는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모든 유럽인의 승리다"라고 선언했다.
이에 치프라스가 총선 공약으로 내건 사항들이 실제 이행될지 여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0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대가로 긴축재정을 펼치고 있는 그리스는 높은 실업률과 장기 경기침체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이 폭주해 있는 상태다.
그리스의 지난해 국가 부채는 3200억유로(약 393조9000억 원)로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이른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부채 상환을 위해 긴축재정을 펼치고 있지만 실업율이 27%까지 치솟아 오르고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긴축재정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에 정권을 잡고 있던 보수 성향의 신민주당이 트로이카의 요구에 따라 정부 재정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인상하는 긴축재정 정책을 지속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됐다. 이에 치프라스는 이와는 정 반대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치프라스는 긴축재정의 철폐와 트로이카와의 부채 탕감 협상을 주요 골자로 △잉여예산의 공공부문 투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개발은행 설립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소유자에게 매겨지는 신규 세금 도입 철회 등을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치프라스는 "그리스 새 정부는 부채 탕감을 위해 우리의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의 우선 과제는 재정위기로 인한 상처들을 극복하고 사회적 사회통합을 이룩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프라스의 공약 이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평론가 조지 조고폴로스 교수는 캐나다 언론 글로브앤메일을 통해 "EU의 주요의사 결정국인 독일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 막대한 차관을 제공했고 독일은 이를 돌려받기 원한다"며 "그리스의 긴급구제와 긴축재정 정책에 관한 재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고폴로스 교수는 이어 "하지만 치프라스의 공약을 진전시킬만한 그리스 내부의 변화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지 피상적인 변화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사 리그노스 RBC 캐피털 외환전략가는 "일부 투자자들이 치프라스의 정책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시리자 당 내부 분열이나 새 그리스 의회가 직면할 장애 요소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앞서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분데스방크) 총재 역시 그리스 총선이 실시되기 전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계속해서 재정적 지원을 받고자 원한다면 (트로이카와) 협약한 사항들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ksme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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