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예산안 발표 기자회견 장면

[홍콩타임스ㅣ박세준 기자] 쩡춘와(曾俊華) 재정사 사장(財政司司長: 한국의 기획재정부 장관에 해당)이 25일 2015/16 회계연도 홍콩정부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예산안의 중점은 지난해 ‘우산혁명’ 시위로 초래된 경기 침체와 인구 노령화를 극복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데 맞춰졌다. 이번 예산안에는 총 340억홍콩달러(4조8천억원)에 달하는 내수경기 부양책이 담겼는데, 이는 2014/15년보다 60%나 증가해 각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먼저 개인의 경우 소득세가 2만 홍콩달러(약 283만 원) 한도 내에서 75% 환급될 예정이고, 1, 2사분기 부동산 사용세(差餉, Rates)가 분기별 2,500달러까지 면제되며, 자녀세액공제가 10만 홍콩달러로 상향 조정됐다. 또한 장애인, 노인 보조금이 2개월분 더 지급되고 고소득자를 제외한 공공주택 거주자의 1개월 임대료가 면제되는 등 일반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가히 ‘혜택 폭탄’이라 할 만 하다.

쩡춘와 재정사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79일간 계속된 ‘우산혁명’ 시위가 홍콩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사회 내부의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판하며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야에 총 2억 9천만 홍콩달러(약 409억 원)에 달하는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콩정부는 ‘우산혁명’ 시위로 피해를 입은 식당이나 가게의 반년치 라이센스비를 면제해 주고, 운송업계에 부과되는 검차비 역시 1회 면제하며, 8천만 홍콩달러의 예산이 홍콩여행발전국(香港旅遊發展局)에 지원될 것이라 밝혔다. 이번 지원책으로 여행, 숙박, 요식업, 소매업, 운송업 등이 혜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 홍콩 재정사 쩡춘와(曾俊華) 사장

이외에도 패션산업 진흥, 예술가 지원, 사회적 기업 활성화 등에 도합 9억 3천만 홍콩달러(약 1,312억 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홍콩정부는 올해 홍콩의 경제성장률이 1~3%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하며 홍콩의 내수를 활성화시켜 1%의 경제성장률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번 예산안에 대해 민건당(民建黨), 자유당(自由黨) 등 친중 정당들은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으나, 민주파와 일부 언론들은 비판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우산혁명 등 성난 홍콩 민심을 목격한 홍콩정부가 ‘당근’으로 시민들을 달래려 한다는 것이다.

일부 현지언론 기자들은 예산안 기자회견에서 짱 재정사장에게 “돈으로 시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목적이 아니냐”고 직접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짱 재정사장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였다면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몇 년 동안 계속해 왔으니 모두의 마음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민주당(民主黨) 역시 논평을 통해 “정부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장기적인 사회투자계획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보조해 줄수록 가난해질 것”이라며 단기적, 즉각적인 보조금정책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