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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야기10]시각장애인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싶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5.05.27일 11:17
“어릴 때 제가 봤던 세상은 너무 아름다웠는데…”

기자가 시각장애인 김광범씨(23살)를 만난것은 장애인의 날에 즈음하여 지난 14일에 연길에서 있은 연변시각장애인노래경연 때였다.

마침 광범이는 위챗으로 남들과 대화를 나누고있었다. 핸드폰액정을 매만졌다 썼다지우기를 반복하는 로련한 손놀림에 기자는 감탄이 갔다. 시각장애 제시음만 가동된다면 뭐든지 거뜬히 해낼수있다는 김광범씨, 위챗외에도 스마트폰의 각종 기능, 컴퓨터까지 다룰수 있단다.

최년소 참가자로 노래경연에 뛰여든 김광범의 노래 또한 수준급이였다.

그날 광범이와의 대화중 그가 던진 한마디가 돌멩이처럼 기자의 마음을 짓눌렀다.

《지금은 세상이 어떻게 변했나요? 어릴 때 제가 봤던 세상은 너무 아름다웠는데…》옅은 한숨소리가 들리긴 했으나 명랑하고 씩씩한 그에게서 어딘가 모를 긍정에너지가 내뿜겼다.

걱정없이 뛰놀던 5살적에 광범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복통》때문에 액운을 맞는다.

《갑자기 찾아온 복통때문에 시내 자그마한 진료소에서 점적주사 한대를 맞았어요.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 깨여나보니 눈앞은 칠흑같이 캄캄해졌어요.》

하루 아침사이에 실명한 광범이는 장난같은 이 억울한 삶을 부득불 받아들여야만 했다.

도문시 월청진 유기촌의 한 가난한 농민가정에서 독자로 태여난 광범이는 자신의 눈에 비꼈던 세상은 짧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웠다며 눈을 지그시 감고 그때를 눈앞에 떠올렸다.

《마을 개울가에서 물고기 잡는걸 제일 좋아했어요. 골목대장으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며 뛰놀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길목마다 우거진 초목이고 초가지붕을 뒤덮은 벼짚이며 맑은 하늘을 날아예던 새들과 흙길에 군데군데 나뒹굴던 소똥… 너무도 흔하고 보잘것없는것들이였지만 이것이 바로 제가 세상을 봤던 기억의 전부입니다.》



조부모들까지 가족 다섯명이 단란히 모여살다가 광범이의 아버지는 목돈을 벌어보겠다며 로씨야로 떠났다. 그러다 반년뒤 련락이 끊기면서 종무소식이 되였고 광범이의 어머니는 혼자힘으로 시부모와 앞못보는 어린 아들을 돌보아야 했다.

광범이는 아홉살이 되도록 학교에 못들어갔지만 일찍 셈이 들어 집안일은 물론 밭일까지 도와나섰다. 그는 밭고랑사이를 발로 더듬어 비료주기로부터 시작해 밭갈이, 파종, 기음매기, 가을걷이까지… 못하는 일이 없었다.

《지긋지긋한 삶과의 싸움에 주저앉을 때마다 세상과 등지려는 극단적인 생각도 여러번을 했어요. 하지만 불쌍한 어머니를 생각해 차마 그럴수 없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글공부를 해내다

그가 10살 되던 해, 마을의 촌서기가 사평에 맹인학교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하지만 너무도 어린 나이여서 그들 가족은 반가우면서도 심각한 고민에 잠겼다. 고민끝에 집에서는 그를 사평맹인학교로 보내기로 결정지었다. 지인 한사람 없는 낯선곳에 한어말 한마디 모른채 집떠나 숙사생활을 해야 하는 10살배기에게, 그것도 앞못보는 아이에게 첩첩 심산이였다.

《같은 숙사애들도 다 맹인이다보니 누가 누구를 돕겠어요? 현실은 가혹했지만 정말 그렇게라도 하루 빨리 글을 배우고싶었습니다.》

비록 남들보다 2년 늦게 들어갔지만 그는 밤마다 이불속에서 점자로 된 교과서와 씨름했다. 결과 6년동안 학과성적은 해마다 1등이였고 뛰여난 조직능력으로 줄곧 반장직도 맡아왔다. 그밖에 맹인축구, 탁구, 바둑, 장기 등 여러가지 체육특장도 출중하여 늘 애들의 총애를 받았다.

소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중등전문학교에 입학해 장차 맹인의사가 되려는 야심찬 꿈을 키우며 안마술, 진맥법, 중약짓기 등 다양한 의학지식을 익혔다. 졸업후 장춘의 한 맹인안마원에 소개받고 그곳에 취직한 그는 한시간에 6원씩 벌수 있는 기회를 얻어 쪽잠을 자가며 매일 15시간씩 일했다. 손에 물집이 지도록 그렇게 열심히 일한 그에게 당시 한달에 2000원이라는 톡톡한 보수가 차려졌다. 그는 그 돈을 전부 시골에 보내주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게 했다.



다시 돌아온 고향, 남은것은 고독뿐

얼마후 어머니마저 집을 떠나 외로이 남은 조부모들이 운신하기 힘든 상황이란걸 알게 되자 그는 고된 외지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종무소식이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났지만 그는 그간 모아둔 돈이 단돈2000원밖에 안된다며 그걸 던져주고는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앞이 보이질 않아 자신의 몸조차 가누기 버거우면서도 광범이는 조부모들의 곁을 지키고 대소변까지 받아내면서 정성을 다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살아계시는 동안 세상구경을 마음껏 시켜드리고싶었어요. 그래서 림종전까지 매일 두분을 번갈아 업고 흙길을 더듬어 마을로 나가 바깥구경을 시켜드렸습니다.》조부모들의 림종이야기를 들려주던 광범이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이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 떠나고 홀로 남은 그에게 또 다른 장막이 드리웠다. 피끓는 청춘인지라 그런 그에게도 어느날 문득 싱그런운 사랑이 찾아왔다. 마음 나눌 녀자친구가 생겨났다는건 그에게 기쁜일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일년이 채안되여 녀자친구는 앞못보는 그의 고충을 끝끝내 헤아리지 못하고 훌쩍 떠나버리고 말았다. 광범이는 스쳐지난 사랑 그저 그렇겠지 하고 생각하고는 새출발을 하기로 작심하였다.



꿈 이루는 그날까지 끈질긴 질주

다음달(6월)이면 광범이는 맹인의사 자격시험을 친다. 또 한번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는 기회가 생겨서 신바람이 난다며 요즘 그는 짬만 있으면 의학공부에 달라붙는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말을 확신합니다. 노력은 단 한번도 저를 배신하지 않았거든요.》 그는 매사에 그가 믿고 기댈수 있는건 오로지 자신의 쓰디쓴 노력뿐이라고 했다.

취재중 갑자기 그는 보여줄게 있다면서 건반이 놓여있는 전자풍금앞으로 다가갔다. 익숙한듯 전원을 켜고는 더듬어 건반 위치를 장악하고 능란한 솜씨로 멜로디를 뽑았다. 신이 난듯 발도 구르며 숨겨둔 실력까지 공개했다.

《저처럼 앞이 잘 보이다가 갑자기 안보일 경우 받는 그 느낌은 누구도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답답함을 모릅니다. 그러나 또 어찌 보면 세상을 한번도 본적 없는 사람들에 비하면 난 행복하지요.》

《물론 저에 대한 사람들의 동정심도 나쁘진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저를 달리 대하지는 말아줘요. 저는요, 보통사람들과 똑같고 그저 시각장애가 좁 있을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할수 있는걸 저도 뭐든지 해낼수 있어요. 더 잘할수도 있거든요.》그러면서 그는 자신처럼 어둠속에 허덕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싶다고 했다.

빛을 향한 질주를 영원히 멈추지 않은채 이 세상을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참되게 살고싶다는 김광범씨다. 그의 삶을 짓밟고 억누루던 어두운 장막이 이제 곧 말끔히 가셔지게 될것이다.

편집/기자: [ 김영화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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