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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가 ‘과장’의 상사인 재중한국기업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06.05일 07:29
작성자: 김범송

  (흑룡강신문=하얼빈) 위계 서열이 명확한 한국기업에서 초급실무자이며 경력사원에 해당하는 대리(代理)급은 ‘베테랑 직원’이며 고참급 과장(科長)의 하급직원에 속한다. 흔히 한국회사에서 대리급이 과장(팀장)으로 승진하려면 엄청난 노력과 실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30대의 대리가 40대 전후의 고참직원인 ‘과장’의 상사가 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한국인(주재원) 대리가 고참급의 중국직원 ‘과장’의 상사가 되는 ‘황당한 일’이 재중한국기업에서는 비일비재하며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중국에 진출한 대다수의 한국기업이 현지주재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주재원들의 한국회사’이기 때문이다. 즉 대리(代理)는 한국인이므로 당연히 상사가 되고 ‘베테랑 과장’은 중국직원이기 때문에 하급이 된다. 난센스다. 하지만 재중한국기업에서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며 당연지사다.

  한국기업의 조직문화와 직급체계는 매우 엄밀하며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기업 내 상하 위계질서와 서열관계는 상당히 엄격하다. 같은 직원도 신입사원과 경력사원으로 구별되며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 등 상하 서열관계가 매우 명확하다. 임원직 이사(理事)도 상무와 전무로 나뉜다. 흔히 한국기업에서 ‘팔과 다리’ 역할을 하는 대리는 10년 전후의 근무경력을 가진 경력사원이며 ‘기업의 미래’로 불린다. 과장(팀장)은 15년 이상의 근무경력을 가진 ‘베테랑 직원’이지만 회사에서 별로 큰 실권이 없다.

  한편 중국기업은 한국기업보다 직급체계가 비교적 간단하며 서열관계를 크게 중시하지 않는다. 흔히 중국기업에서 부문경리(經理)로 불리는 과장은 한국의 팀장격으로, 20년의 근무경력을 가진 중견급 관리자들이다. 중국기업의 과장은 총경리(사장)에게 직접 엄무를 보고하고 업무처리 결정권을 갖고 있어 한국기업의 과장보다 ‘막강한 실권’을 갖고 있다. ‘부과장’격인 한국기업의 대리직은 중국기업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현지사정에 밝지 못하고 업무에 미숙한 한국인 대리가 현지업무에 익숙한 중국직원 ‘과장’의 상사가 되는 비정상적 상황은 재중한국기업의 현지화가 추진되지 못하는 중요한 인적요인이다.

  대개 중국에서 파견근무 중인 한국주재원의 명함에는 ‘실장•부총경리’ 등 한국 본사와 중국 현지에서의 직급이 포함된 두개의 직함이 적혀있다. 즉 본사에서 대리급의 주재원이 중국에 파견되면 과장•팀장이 되고 과장급은 현지기업에서 (본)부장으로 승격된다. 또 차장급은 부총경리, 부장급은 중국현지 법인장(총경리)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중 직급체계가 바로 현지실정과 업무에 미숙하고 경험이 전무한 한국인 대리가 현지실정에 익숙하고 업무능력이 강한 고참직원인 중국인 ‘과장’의 상사가 되는 이유이다. 한국에서 대리급의 직원은 한국업무에는 익숙한 경력직원이지만 기업환경과 문화정서가 다른 중국에 오면 초급실무자로 업무경험이 전무한 신입사원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절대다수 재중한국기업에서는 법인장(총경리)과 생산•영업•관리 등 부서의 부서장 등 주요 핵심보직은 주재원들이 담당하며 한국회사는 ‘주재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회사의 정상가동에 중견역할을 담당하는 과장•대리급 직원은 조선족관리자와 현지실정과 엄무처리에 익숙한 베터랑 중국직원들이다. 또 주재원과 중국직원간의 관계는 위계질서가 엄격한 수직적인 상하관계이다. 따라서 주재원이면 능력 여하를 떠나 무조건 베테랑 중국직원의 상사가 되는 ‘난해한 일’들이 발생한다. 종국에 이는 업무추진에서 큰 차질이 빚어지고 주재원과 중국직원 간 상호불신과 원망을 초래하는 빌미가 된다.

  30대의 한국주재원 C대리가 고참직원 중국인 H과장의 상사로 군림한 어처구니없는 일은 실제로 재중한국기업에서 발생했던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 중국 동북의 항구도시 다롄시에 진출했다가 몇 년 전에 부도가 난 초대형 조선소 S사에서 실재한, 타산지석 및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실제사례이다. 얼핏보면 현지실정에 익숙하고 업무능력이 강하며 한국유학 경험이 있는 고참직원, 중국인 40대의 여과장과 아직 현지사정에 밝지 못하고 업무능력이 미숙하며 중국어가 부실한 30대 한국인 대리의 조합은 업무추진에 유익하며 상부상조가 되는 ‘황금콤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본전제는 현지업무에 능숙한 베테랑 중국직원 H과장이 한국주재원 C대리의 상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중국실정에 무지하고 업무추진 경험이 전무한 C대리가 베테랑 중국인 H과장의 상사행세를 하면서 정상적 업무추진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S사는 중국법인 철강회사 P사의 협력업체이며 파트너 관계이다. ‘황금콤비’인 그네들이 함께P사를 방문하여 관련 부서와 엄무협상을 진행할 때면, 실제적으로 업무를 관장하는 중국직원인 H과장은 항상 한국주재원 상사인 C대리의 눈치만 살피면서 ‘과장’으로서의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한편 현지업무에는 숙맥인 ‘수행인원’ C대리의 실제적 역할은 업무협상이 끝난 후 현지파트너와 저녁식사를 하고 술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일 업무협상이 순조롭고 술좌석에서 흥이 도도해지면, 2차 노래방에 가서 ‘즐기는 일’은 한국주재원 C대리의 당시 기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물론 노련한 H과장은 ‘피곤’을 빙자해 2차 술자리를 회피하면서 ‘한국인 상사’의 체면을 지켜주었다.

  대리가 ‘과장’ 상사인 S사 언밸런스의 콤비조합은 결국 얼마 안가서 해체되고 말았다. 업무추진력과 노하우를 겸비한H과장은 상사행세를 하는 ‘숙맥 대리’와 까다로운 한국인 팀장의 이중적 압력과 심적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결국 사표를 내고 현지 중국기업에 영업부장으로 취직했다. 한편S사 C대리는 연속되는 업무차질과 ‘공금남용’으로 한국인 팀장의 눈밖에 나게 되었다. 또한 그것이 빌미가 되어 얼마후 본사의 호출을 받고 한국에 돌아갔다. 재중한국기업에서 현지업무에 숙맥인 한국인 대리가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베테랑 중국직원 ‘과장’의 상사인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또 한번 입증해준 것이다. 이 또한 현지화 경영에서 인적요인으로 실패한 재중한국기업의 전형적 사례이다.

  직원만 2만 명이 넘는 초대형 조선소 S사에는 당초 중국 현지에 파견된 한국주재원만 줄잡아 수백명에 달했다. 워낙 규모가 큰 대형조선소이므로 본사에서 수많은 기술인원과 관리인원을 파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며 탓할 바가 못된다. 문제점은 중국에 파견되어 온 상당수 한국주재원들의 특권 남용에 따른 찌질하고 치졸한 행태와 불미스러운 일들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술좌석에서 현지주재원들의 중국여직원에 대한 성희롱에 가까운 추접한 언행과 중국직원들에 대한 일관된 무시, 조선족직원을 통한 현지처 물색, 노래방 외상놀음 등은 현지사회에 악영향을 끼쳤고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한편 스트레스로 점철된 한국 특유의 기업문화 관행으로, H과장과 같은 베테랑 직원들이 결국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또 ‘주재원천하’에서는 당연한 결과인 자중지란이 발생했고 반년 동안 영업부 소속 한국인 팀장이 세번이나 교체되는 ‘어이없는 일’도 일어났다.

  재중한국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이른바 ‘현채인’으로 불리는 현지 한국인 직원에 대한 채용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지주재원 대용으로 전격 채용된 현채인 역시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재중한국회사에 취직이 되면 경력과 능력 여하를 떠나 무조건 베테랑인 중국직원의 상사로 임명된다. 신규 채용된 현채인도 주재원들의 관행을 본받아 자격 여하를 떠나 중국직원들을 무시하고 하인 부리듯 한다. 중국법인 철강회사 P사에서 발생한 사례다. 부도난 S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했던 Y부장이 P사 생산부장으로 부임된지 얼마 안되어 베테랑 조선족직원 C과장과 업무의 견해차이로 트러블이 발생했었다. P사의 L사장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편들기에 나섰고 ‘애꿎은’ C과장만 불러서 꾸중하고 야단쳤다. 결국 C과장은 다른 부서로 강직•전근되었고 얼마후 회사를 이직했다.

  2015년 4월부터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전체 임직원에게 동일한 직급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통합직급체계 취지는 모든 직원이 일체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이다. 특히 새로 신설된 ‘G’직급은 포스코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는 전체 현지직원에게 부여된다. 즉 포스코 직원으로서의 기본자질과 역량을 갖출 경우 P직급으로 전환 가능하며 P직급 현지직원은 해외법인에서 관리자 후보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직급체계 개혁은 해외법인 현지화 경영에 필수불가결한 현지 고급인력들의 주인의식과 소속감 강화, 충성심 및 동기부여를 유발할 수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대개 한국 대기업에서 해외에 선발•파견하는 주재원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고 업무자질이 비교적 높은 베테랑 임직원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기업환경과 시스템 및 문화정서가 다른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제로’에 가까운 신입사원에 불과하다. 오로지 ‘한국인’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베테랑 중국직원의 상사가 된다면 짜장 어불성설이다.

  요컨대 현지업무에 ‘숙맥’인 한국인 대리가 베테랑인 중국인 ‘과장’의 상사행세를 하는 한국회사에서는 한국인 상사와 중국인 직원간에 동상이상만 있을 뿐, 회사 발전에 중요한 팀워크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또한 한국주재원과 중국법인 현지 직원간에 ‘동일한 직급체계’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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