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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 아줌마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06.15일 11:35
(흑룡강신문=하얼빈)'순대 아줌마', 딸애들이 나한테 달아준 별명이다. 힘들때마다 온가족이 모여앉는 둥근 밥상이 그리울때마다 가끔씩 꺼내보는 파란추억 하나. 세월이 흐를수록 그것이 정녕 보석같은 추억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이야기는 바로 20여년전 그때 금방 연길로 조동해온 나는 젖먹이 둘째와 유치원에 다니는 큰애를 키우느라 저녁 시교에 있는 세집으로 퇴근해 오면 온몸은 늘 물먹은 솜처럼 지쳐 있었다. 게다가 밤이면 밤마다 애에게 젖을 먹이고나면 가슴이 우그러드는것 같았는데 어떤날엔 배가고파 잠도 잘 오지않았다. 그럴때면 늘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눈앞에 떠올려보군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무릎을 탁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순대." 눈앞에 김이 몰몰 나는 맛있는 순대가 나를 유혹하며 웃고있었다.

  문득 서시장에 순대를 잘하는 한 아줌마가 있다던 직장동료들의 말이 생각났다. 이튿날 백사불구하고 서시장으로 달려갔다. 다른 순대매대는 썰렁한데 60이 넘어보이는 한 아줌마의 순대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바로 저분이겠구나. "

  그러나 매대앞에 다가간 나는 멈칫 발길을 멈추었다. 남편과 딸애들의 얼굴이 금방 떠올랐던것이다.

  "세집살이를 하는 처지에 이건 한낱 사치에 불과해. 어떻게 나절로 해먹을수는 없을가? 헌데 엄마와는 한시가지에 살지 않다나니 어떻게 하지? 저 아줌마와 물어보면 안될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조심조심 다가가 순대하는 방법을 나직히 물어 보았다

  "집에서 하려면 찹쌀과 입쌀의 비례를 7:3으로 하오. 우리는 보통 6:4로 하지. 밸과 쌀의 비례는 1:2로 하고. 그리고 밸과 돼지피 비례는 2:1이요."

  사람좋은 아줌마는 장사군답지 않게 순대하는 비결을 하나하나 알려주시며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구 기특해라. 지금 세월에 순대를 손수 해먹겠다는 각시가 어디있소? 그래 내 다 알려주고 싶구만."

  그때로부터 길고도 행복한 나의 순대작업이 시작되였다. 다행인것은 온집 식구 모두가 순대를 좋아하는거였다.

  큰애가 대학을 간 첫학기때의 일이다. 이제 두달만 있으면 집에 간다고 전화가 왔다. 그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나며 눈물이 났다. 처음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기에 그애가 미치도록 보고 싶었던것이다. 전화를 놓자마자 나는 흰종이에 방학동안 해먹일 메뉴를 차근차근 적기 시작했는데 첫날 메뉴는 당연히 제1호로 순대였다.

  "어머니, 순대가 넘 맛있어요. 이 많은걸 어느새 다 했지요?"

  온몸은 땀에 젖었지만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여났다.

  "엄마, 모레면 집에 가요. 순대, 김치, 된장찌개…이런걸 해놓고 기다리세요."

  둘째딸애가 방학때마다 던지는 폭탄선언이다.

  "그래. 들어서자 바람으로 순대를 먹게 해줄게."

  볼이 미여지게 먹는 딸애들을 바라보노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그래서 늘 행복했던 나.

  점차 순대하기에 익숙해지자 내 재간도 보태 나름대로 더 맛있게 할려고 애를 썼다. 우선 집에서 하는 순대는 밸을 깨끗이 씻기에 아무꺼리낌없이 먹을수 있어 좋다. 하기에 나는 시장에서 파는 순대에는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 작은 밸은 아구리를 벌리기도 힘들고 또 비게를 탕쳐 넣어야 하기에 순대를 할때마다 큰밸을 산다. 그것도 한마리 돼지밸을 몽땅 사온다. 사온 밸을 우선 된장이랑 밀가루랑 넣고 몇십번이고 깨끗하게 씻는다. 다음 파와 배추를 많이 썰어넣고 된장도 넣고 콩기름으로 닦아 넣는다. 피는 많지도 적지도 않게 딱맞게 잘 맞추어 넣어야 순대의 맛을 더해 주는데 밸 다섯근에 돼지피 서근이면 오케이다. 이렇게 각종 양념에 내 마음까지 담아 순대속을 해놓으면 밸에 넣기전부터 향기로운 냄새가 온방안을 진동한다.

  그걸 순대로 만들어 놓으면 한다라는 착실이 된다. 이거면 온식구가 며칠이고 배를 두드리며 먹어도 다 못먹는다. 이때면 누굴줄가 하는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내가 남을 주기 좋아해서인지 순대를 한날이면 식구들 서로가 누구누구를 주겠다고 청을 드는데 그래도 내가 아마 제일 많이 주었던것 같다.

  "이후 퇴직하면 순대장사를 하세요."

  직장 동료들이 늘 하던 우스개소리이다. 한번은 순대를 하다가 그만 부주의로 가스 중독에 걸려 병원에 끌려간적도 있었다.

  온식구가 함께 살때면 밸도 씻어주고 실도 매주고 그래서 힘들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모든것을 혼자해야 한다. 순대는 그래도 식구들중 그 누가 집에 들어서는 첫날 땀을 벌벌 흘리며 함게 먹어야 제맛이 난다. 그래서 전날도 이튿날도 아닌 누가 들어서는 첫날 순대하기를 나는 고집한다.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숨김없는 사랑은 없다."

  이외에도 음식에 관한 세계명언들이 많다. 나는 먹는일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열심히 일하고 분투하는것이 다 잘먹고 잘살기 위한것이 아닌가!

  나의 순대사랑은 오늘도 래일도 계속될것이다. 설명절에야 온식구가 만날수 있는 현실이지만 환호성을 지르며 집에 들어서는 딸애들을 방불히 보는것 같아 마음은 늘 부자같은 심정이다.

  "안녕? 순대아줌마,"

  오늘도 주어보는 파란추억 하나.

  /백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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