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종지도가 바뀐다] [3] 서울의 신흥 차이나타운
싼 월세방·일자리정보 많아… 중국계 인구 2만2500명 거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코리안드림을 안고 한국에 들어온 한국계 중국인(조선족)들이 정착하면서 '조선족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다. 조선족들은 초창기 대림1동 작은 골목에 모여 살다가 대림2·3동으로까지 퍼져 블록을 형성했다. 대림동에 사는 외국인 2만5000여 명 가운데 89.6%(2만2500여 명)가 조선족과 한족(漢族)이다. 1995년 이곳에 살던 중국인은 150명 수준이었다.
이 일대에 노후주택이 많아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싼 게 첫 정착지를 찾는 조선족들을 끌어들였다. 차츰 조선족이 모여들면서 일자리 정보도 얻기 쉬워졌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한 조선족 노인이 나눠준 중국어 신문. 중국 국적 주민이 2만2500여 명에 이르는 대림동은 서울의 ‘조선족 차이나타운’으로 통한다. /성형주 기자
15일 찾은 대림동 거리 곳곳에는 입주 가사도우미나 간병인을 구한다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한 직업소개소 앞 게시판에는 '양재동 가정부 22개월, 주 5일 근무에 160만원' 등의 구인광고 40장이 빼곡히 붙어 있다.
동네에선 중국 음식 특유의 향이 곳곳에서 난다. 한 백반집에선 염통 줄기, 콩팥, 양삼겹꼬치, 떡심 등 중국인들이 즐기는 음식들을 팔고 있다. 대림동에서 가게를 하는 한 한국인은 "대림동에서 파는 중국 요리는 한국 사람들이 거의 먹을 수 없는 음식으로 완전히 중국 현지화됐다"고 했다.
아직도 이 지역엔 월세 10만~20만원짜리 다세대 주택들이 있다. 이날 대림동의 한 직업소개소를 찾은 조선족 이모(60)씨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지하방에 산다"며 "한국에 들어와 14년 동안 간병인, 청소일, 가사도우미 등 안 해본 게 없다"고 했다. 한 직업소개소 대표는 "일거리가 많은 서울 강남 지역으로 통하는 지하철 2호선 대림역이 가까워 조선족들이 잘 떠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림동은 블루칼라층 조선족을 겨냥한 상권이 발달했다. 일명 '작업복 백화점'에선 상의는 5000원, 하의는 1만원에 팔고 있다. 중국식 백반집에서 5000원이면 한 끼를 때울 수 있다. 조리나 세탁, 제빵 기술을 가르쳐주는 학원도 많다. 하지만 조선족들이 한국 주류 사회에서 소외돼 자기들끼리 어울리다 보니 이 지역이 게토화하는 경향도 있다고 이민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