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의 농촌에서 말기암 진단을 받은 이웃을 위해 동네 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하루 만에 옥수수를 대신 수확해주는 아름다운 ‘품앗이’를 선보였다. 미국 ABC뉴스는 1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갈바에서 평생을 농부로 살아온 칼 베이츠(55)를 도운 이웃 주민들의 선행을 전했다.
베이츠는 지난달 갑자기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 그의 신장과 척추를 중심으로 암세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었다. 농번기를 맞아 수확에 나서야 할 때였지만 베이츠는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아 누워있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 소식을 들은 베이츠 동네 주민들이 하나 둘씩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나서면 베이츠 대신 재빠르게 수확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동네에 사는 40명의 주민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하루 만에 450에이커(182만㎡) 넓이의 베이츠 땅에서 모든 수확을 마쳤다. 이웃 주민들이 각자 가져온 대형 경운기와 트렉터가 일렬로 드넓은 벌판에서 돌아가는 장관이 연출됐다. 일꾼들을 위한 대규모 식량이 하루 종일 조달되는 모습도 진풍경이었다. 아무리 못해도 다 수확하는 데 8일은 소요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하루 만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 됐다.
베이츠의 친척들은 “우리 동네의 아름다운 선행에 전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는 소감을 전했다. ‘품앗이’ 장면은 미국 전역에서 화제가 되었다. 정작 베이츠를 도운 이웃주민들의 반응은 겸손하다. “농부가 농사를 짓고, 아픈 이웃을 대신해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당겨주는 건 우리의 일상”이라고 밝혔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하선영 기자
중앙일보